[아시아경제 박병희 기자] 최근 미국 경제지표가 월가 예상을 웃도는 흐름을 보여주고 있다. 미국 경제지표 호조 자체는 나쁘지 않은 신호다. 미국 경제가 견조하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미국 경제지표 호조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미국 중앙은행)의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는 점에서 금융시장에 악재가 될 수 있다. Fed는 미국 경제가 중국발 위기에 충분히 견딜 수 있다고 판단하면 기준금리 인상 행보를 강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최근 미국의 물가 상승세가 심상치 않다.
중국발 금융위기 위험이 아직 가시지 않은 상황에서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 고조는 금융시장을 다시 혼란에 빠뜨릴 수 있다. 잠시 안정을 찾는듯 했던 중국 증시는 지난주 다시 급락했다. 중국 최대 정치 행사인 양회가 시작된다. 양회가 중국 경착륙 불안감을 누그러뜨릴 수 있을지 주목된다.
뉴욕 증시는 지난주 2주 연속 상승했다. 다우와 S&P500 지수는 지난주 각각 1.51%, 1.58% 올랐다. 나스닥 지수는 1.91%, 중소형 지수인 러셀2000 지수는 2.69% 급등했다.
직전 주 뉴욕 증시와 함께 동반 상승했던 중국 증시는 지난주 하락반전했다. 상하이종합지수는 3.25% 무너졌다.
◆美금리 인상 다시 수면 위로=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던 변수였던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이 다시 부상하고 있다.
에스더 조지 캔자스시티 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는 지난 23일 블룸버그 라디오와 인터뷰에서 Fed가 3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을 열어둬야 한다고 말했다.
월가에서 미국 기준금리 인상에 대한 불안감이 다시 높아지는 이유는 최근 물가 오름세가 심상치 않기 때문이다. 지난 26일 미국 상무부가 공개한 1월 개인소비지출(PCE) 물가 지수 상승률은 1.7%를 기록해 월가 예상 1.5%보다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CNBC는 PCE 물가 지표 상승률이 공개된 후 12월 이전에 Fed가 두 번째 기준금리 인상에 나설 확률이 50% 이상으로 높아졌다고 전했다.
크리스 럽키 MUFG 유니온 뱅크의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재닛 옐런 Fed 의장이 물가 상승률이 빨라지면 금리 인상 속도가 빨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럽키는 "미국 10년물 채권 금리가 1.76%로 상당히 낮은 점을 감안하면 시장에서는 기준금리 인상을 반영하지 않고 있다"고 덧붙였다.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이 다시 부각되면서 미국 노동부가 내달 4일 공개할 1월 비농업 부문 고용지표가 더욱 주목을 받게 됐다. Fed의 통화정책 운용 목표가 '물가 안정'과 '고용 안정'이기 때문이다.
블룸버그는 1월 비농업 부문 일자리가 19만3000개 늘었을 것으로 예상했다. 지난해 12월 15만1000개보다 일자리가 더 많이 증가하는 것이다. 미국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을 높이는 요인이 되는 셈이다.
1월 미결주택매매(29일) 1월 건설지출, 공급관리협회(ISM) 2월 제조업 지수, 2월 자동차 판매(이상 1일) 1월 공장주문(3일) 1월 무역수지(4일) 등의 지표도 공개된다.
ISM 제조업 지수는 5개월 연속 기준점 50을 밑돌겠지만 1월보다는 상승할 것으로 예상된다. 공장주문도 3개월 만에 증가를 기록하는 등 경제지표는 전반적으로 양호한 흐름을 보여줄 것으로 기대된다.
◆中 올해 경제성장률 목표는= 중국 양회 일정이 시작된다. 금융시장 불안 해소는 중국 지도부가 직면한 가장 큰 과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가 내달 3일 시작되고 전국인민대표회의는 5일부터 시작된다. 리커창 총리는 내달 5일 전국인민대표회의 개막식에서 올해 경제성장률 목표와 예산을 공개한다. 새로운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인 13·5규획도 공개될 예정이다.
중국이 경제성장률 목표치를 하향조정해 6%대로 낮출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경착륙에 대한 불안감을 해소시켜줄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양회 개막을 앞두고 1일 2월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가 공개된다. 중국 국가통계국이 발표하는 2월 제조업 PMI는 1월과 동일한 49.4를 유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차이신 2월 제조업 PMI 역시 48.4에 머물 것으로 예상된다. 예상대로라면 국가통계국 제조업 PMI는 7개월 연속, 차이신 제조업 PMI는 12개월 연속 기준점 50을 밑돌게 된다.
29일 유로존 2월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이 공개된다. 2월 유로존 CPI는 내달 10일 유럽중앙은행(ECB)이 추가 부양 조치를 취하느냐 여부를 결정할 중요한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블룸버그는 2월 CPI 상승률이 0%를 기록해 유로존 디플레이션 불안감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했다.
브라질은 3일 지난해 국내총생산(GDP) 지표를 공개한다. 블룸버그는 지난해 브라질의 GDP가 3.7% 줄어 1990년 이후 최악의 경기 침체를 예상했다.
브라질 중앙은행은 2일 기준금리를 결정한다. 9년만의 최고 수준인 14.25%의 현 기준금리를 다섯 차레 연속 동결할 것으로 예상된다.
박병희 기자 nu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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