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지난주 개최된 제9차 무역투자진흥회의에서 새로운 서비스 시장 개척의 일환으로 공유경제를 제도권 영역으로 흡수했다. 숙박업은 가칭 '공유민박업'을 신설해 등록제로 전환해 탈세 문제를 해결하고, 차량공유의 공영주차장 이용을 허용하고 업체에게 면허정보를 제공해 운전부적격자를 판별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2008년 설립된 에어비앤비 기업가치는 힐튼, 메리어트, 하얏트 등 세계적 호텔체인을 넘는 27조원 규모이며, 2009년 설립한 우버의 기업가치도 포드, GM, 혼다 등 글로벌 완성차 업체를 넘어선 78조원 규모로 현대차 시가총액의 두 배를 넘었다. 기업가치 10억달러를 넘는 유니콘(unicorn)을 넘어 100억달러 이상의 기업가치를 가진 데카콘(decacorn)으로 등극했다. 이들이 성공할 수 있었던 핵심 요인은 창업 당시부터 글로벌로 진출해 각 국가들의 규제와 부딪히는 전형적인 미국 스타트업들의 특성과 새로운 창의적인 사용자 경험을 제공하는 비즈니스 모델로 때로는 비용을 더 지불하더라도 우버와 에어비앤비를 사용하는 고정 고객층의 확보였다.
마찬가지로 창조경제의 핵심가치 중 하나는 공유다. 오픈 소프트웨어뿐만 아니라 라즈베리파이, 아두이노 등 저가 오픈소스 하드웨어 플랫폼의 보급, 이들과 맞물린 메이커 운동(maker movement)은 전통적으로 연구개발과 생산의 주체였던 기업과 소비의 주체였던 개인의 경계를 붕괴시키고 개인을 생산의 주체로 등장시켰다. 이와 함께 또 다른 공유경제 모델인 크라우드 펀딩으로 개인과 스타트업들은 인터넷을 통해 불특정 다수로부터 초기 자금 조달과 이익의 공유가 가능하다. 우리나라에서도 올해 1월25일부터 시작되어 5개 온라인펀딩중개 업체가 활동 중이며, 시행 첫날 목표금액을 달성한 업체도 등장해 관심을 모았다.
이러한 공유문화의 확산은 개인 아이디어를 기반으로 스타트업을 시작하기 용이한 환경을 이끌었다. 벤처투자자 마크 서스터(Mark Suster)에 따르면 오픈소스 활용과 수평적 확장과 클라우드 서비스, 그리고 개발자들이 직접 기업을 운영하는 트렌드의 등장으로 창업비용은 2000년 5만달러 수준에서 2011년에는 5000달러 수준으로 감소했다고 이야기한다.
세계 금융위기를 기점으로 생겨나기 시작한 해외 공유경제 기업들과 비교하면 우리나라 기업들은 아직 걸음마 단계다. 아쉬운 것은 이미 각 산업별로 대표 글로벌 공유기업들이 등장한 상황에서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은 우리나라 공유경제 기업들은 비좁은 국내 시장을 놓고 서로 경쟁하고 있다는 현실이다. 아마도 정부의 금번 대책 발표로 비즈니스 모델 진입장벽이 비교적 낮은 공유경제 스타트업 창업에 대한 관심은 늘어나고, 글로벌 대표기업들에게는 새로운 시장이 생겨나 앞으로 치열한 시장 경쟁이 펼쳐질 것으로 예상된다. 쉽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나라 공유경제 기업들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세계시장을 대상으로 새로운 창의적인 사용자 경험을 제공할 수 있는 사업화 과정과 생태계가 필수적이다.
그 동안은 겉으론 각자의 길을 걸었지만 창조경제와 공유경제는 소리 없이 상호작용을 해왔고 앞으로 함께 할 수 있는 부분이 적지 않다. 서서히 자리 잡고 있는 창조경제 생태계 핵심인 창조경제혁신센터를 중심으로 공유기업들의 비즈니스 모델 발굴과 사업화, 해외 진출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시스템이 구축되어 있기 때문이다. 필자는 공유경제와 창조경제를 토론하는 자리에서 '우버가 에어비앤비가 한국에서 창업되었다면 어찌 되었을까?'라는 질문을 자주 던졌다. 앞으로 이런 질문 대신 창조경제 생태계와 결합해 성장한 우리나라 공유경제 기업의 성공모델을 이야기 할 수 있었으면 한다.
차두원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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