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세돌 9단, 3월 인공지능 '알파고'와 세기의 대결
이세돌 9단 "4개월간 업데이트 이뤄졌겠지만 나와 승부하기엔 무리"
구글 측 "이번 게임의 목적은 알파고 성능 향상…향후 현실 문제에 적용"
[아시아경제 한진주 기자] "4대1이나 5대0으로 (내가) 이기는 승부가 될 것이다. 판후이와의 대결에서 알파고는 나와 승부를 논할 정도의 기력이 아니었다. 4개월동안 알파고 업데이트가 이뤄졌겠지만 시간적 한계가 있기 때문에 나와 승부하기엔 무리가 있다."(이세돌 9단)
"알파고는 지금까지 도전에서 모두 성공적이었고, 퍼포먼스도 향상됐다. 약점이 있지만 말씀드리기 어렵다."(데미스 하사비스 구글 딥마인드 CEO)
이세돌 9단이 인공지능 프로그램 '알파고'의 대결에서 승리를 자신했다. 다만 이세돌 9단도 몇 초, 몇 분 단위로 업데이트 되는 인공지능 '알파고'에게 1~2년 뒤에도 승리할 것이라는 확신은 하지 않았다.
22일 한국기원과 구글은 서울 홍익동 한국기원 대국장에서 '구글 딥마인드 챌린지 매치 프레스 브리핑'을 열고 오는 3월 열리는 이세돌 9단과 알파고의 대국 관련 세부 계획에 대해 발표했다.
세기의 대결로 불리는 이번 대국은 3월9일부터 15일까지 포시즌스 호텔 서울에서 열린다. 대국 일정은 ▲1국 3월9일 오후 1시 ▲2국 10일 ▲3국 12일 ▲4국 13일 ▲5국 15일이다. 모든 대국은 유튜브를 통해 실시간으로 생중계된다.
이세돌 9단은 "알파고가 정말 궁금했고 5분정도 생각한 후 받아들였다"며 "인간과의 대국이 아니기 때문에 대응하기가 다소 어렵지만 가상으로 한두시간 정도 컴퓨터와 대국하는 것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데미스 하사비스 구글 딥마인드 CEO는 "이세돌 9단을 타겟으로 한 이유는 역사적으로도 최고 수준이라는 것이 오랜 기간 입증됐기 때문"이라며 "우리의 목적은 이 대국을 통해 알파고가 최대한 많은 학습을 하는 것이므로 결과와 상관없이 5번의 대국을 모두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세돌 9단은 이번 경기 결과에 대해 완승을 자신했지만 향후에는 바뀔 수 있다는 여지를 뒀다.
이세돌 9단은 "이번에 이길 것이라 예상한 이유는 4개월이라는 기간 동안 (알파고가 기력을 높이기에) 시간적 한계가 있었기 때문"이라며 "알파고가 계속 발전한다면 1~2년 후에는 승부를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유창혁 바둑 국가대표팀 감독(9단)은 "판후이 기사와의 대국에서 보여준 실력이라면 이세돌 9단과 실력차이로 싱거운 결과가 나올 수 있지만 그후 5개월간 알파고의 실력이 얼마나 발전했는지 알 수 없어서 쉽게 예측할 수 없다"며 "바둑을 정복한 인공지능이 앞으로 어떤 일을 할 수 있을지 기대된다"고 말했다.
이번 대국은 100만달러(한화 약 12억원)를 걸고 진행된다. 알파고가 승리할 경우 상금은 유니세프와 STEM(과학·기술·공학·수학) 교육, 바둑관련 자선단체에 기부된다.
경기 규칙은 백을 잡은 기사에게 덤으로 7.5집을 주는 중국 바둑 규칙을 따른다. 시간 규정은 각각 제한시간 2시간이다. 알파고가 지난 18개월 간 중국 규칙을 학습해왔기 때문에 중국 규칙을 따르기로 했다.
제한 시간을 모두 쓰면 1분 초읽기가 3회씩 주어진다. 초읽기란 기본 제한시간이 끝난 후 주어지는 추가시간이다. 60초 이내에 착수하면 3회가 유지되지만, 120초 이내에 착수하면 2회 기회를 잃는다. 대국시간은 4~5시간 내외가 될 것으로 보인다.
구글 딥마인드가 밝힌 이번 대결의 목적은 '알파고의 성능 향상'이다. 알파고는 범용 인공지능 프로그램이기 때문에 다른 복잡한 문제에도 적용할 수 있다. 구글은 일상의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지만, 인공지능을 경계해야 한다는 시각도 여전히 존재한다.
데미스 CEO는 "우리의 목적은 단지 게임이 아니며, 여기서 습득한 문제해결 능력을 실제적 문제 해결에 적용하기 위한 것"이라며 "단기적으로는 스마트폰을 지능화하는데 적용 가능하며, 장기적으로는 기후변화 모델링 작업, 질병 치료 분석작업에도 적용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재승 카이스트 바이오·뇌공학과 교수는 "이세돌과 알파고의 대결은 바둑으로 인간에게 도전한 그 이상의 의미가 있다"며 "이번 대국은 승부와 상관없이 인공지능 역사에 새로운 장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유홍준 명지대 교수(한국기원 이사)는 "이번 경기는 인공지능의 한계냐 인간지능의 한계냐를 시험하는 심각한 대결로 받아들여지고 있다"며 "알파고가 이긴다면 인간이 인공지능에 눌리는 '불안한 미래'로 가고 있음이 생각보다 빨리 다가옴을 인정해야하는 세기의 대결"이라고 평가했다.
박치문 한국기원 부총재는 "구글이 말한 50%의 승리 확률은 겸손함이 담긴 것이며 이들의 자신감은 그 이상일 것이라 본다"며 "인공지능과 인간지능의 관계가 새로운 고비를 맞이한 것"이라고 말했다.
한진주 기자 truepear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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