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오현길 기자] 일말의 기대가 실망으로 바뀌었다. 장기화되고 있는 초저유가 상황을 회복할 것으로 기대를 모았던 산유국 감산이 실패로 귀결되는 모양새다. 재정구조가 취약한 산유국의 자금지원 요청은 더욱 가속화될 전망이다.
아델 알주바이르 사우디아라비아 외무장관은 지난 18일 사우디가 원유 생산량을 줄일 준비가 돼 있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AFP통신과 가진 인터뷰에서 "다른 생산자들이 (원유) 추가생산을 제한 또는 동결하기를 바란다면 시장에 영향이 있을 것"이라며 "하지만 사우디는 생산량을 줄일 준비가 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석유 문제는 공급과 수요, 시장의 힘으로 결정돼야 한다"며 "사우디는 앞서 말해온 것처럼 시장 점유율을 지킬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동안 사우디를 비롯한 석유수출국기구(OPEC) 회원국들은 미국산 셰일유 등을 견제하고자 석유 감산을 거부해왔다.
2년 가까이 저유가 상황이 이어지면서 이를 견디지 못하는 산유국들이 원유 감산에 나설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졌다. 지난 16일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 카타르, 베네수엘라는 산유량 동결에 합의하기도 했다.
이에 이란과 이라크 등 다른 산유국들이 산유량 제한에 동참할지 주목되고 있다.
한편 재정이 어려움을 겪는 취약 산유국들은 국제기구에 자금지원 요청이 줄을 잇고 있다.
사우디와 같은 주요 산유국은 대규모 외환보유액을 제외하고도 국부펀드 등 예비자금을 보유하고 있으나, 중소 산유국 상황은 위기국면으로 악화될 경우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나이지리아(산유국 12위), 아제르바이잔(24위), 앙골라(16위) 등이 세계은행, IMF 등에 자금지원을 요청했으며 비산유국 원자재 수출국인 페루에 대해서는 자금지원이 확정됐다.
이들 국가들은 저유가 상황이 지속되면서 ▲재정지출 재원 부족 ▲수출 및 투자 부진 ▲보조금 삭감에 따른 소비둔화 등으로 경제상황 악화 ▲외국인 자금 이탈 ▲환율방어에 따른 외환보유액 급감 등으로 위기 상태에 봉착했다.
오현길 기자 ohk041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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