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황진영 기자]인테리어 관련 업체인 엔티피아, 플랜트에 들어가는 밸브를 만드는 엔에스브이, 상품권 할인 유통회사인 핫텍, 차량 정비 서비스 업체인 뉴프라이드.
이 회사들은 주력 업종이 다르지만 증권가에서는 같은 ‘테마’를 가진 회사로 본다. 중국 면세점 사업을 추진한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주가가 급등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국내 주요 대기업들이 서울과 부산의 면세 사업권을 놓고 혈투를 벌이면서 국내 투자자들 사이에는 ‘면세점=황금알을 낳는 거위’라는 인식이 생겼고, 중국과 면세점이라는 두 가지 호재를 동시에 갖고 있는 중국 면세점 사업은 다른 어떤 중국 관련 사업 보다 폭발력이 강하다.
2013과 2014년 적자를 기록한 엔에스브이의 주가는 지난해 10월 3000원대에서 한 달 사이에 1만300원까지 치솟았다. 이 회사 최대주주가 북경면세점사업단으로 바뀌는 주식 양수도 계약을 체결한 게 계기였다. 북경면세점사업단이 베이징 공항 보세 구역에 있는 면세점 운영권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주가가 급등했다.
뉴프라이드 주가는 지난해 9월 중국 테마주로 엮이면서 1100원대에서 한 달여 사이에 2만1000원까지 폭등했다. 엔티피아 주가도 지난해 12월 중국 면세점 사업 진출 발표를 전후로 보름여 사이에 1400원에서 5140원으로 3배 가까이 뛰어올랐다.
그렇다면 중국 면세점 사업은 황금알을 낳는 거위일까.
이 회사들이 추진 중이라고 밝힌 ‘중국 면세점 사업’은 중국 도시의 보세 구역에 있는 면세점 사업권을 가진 현지 기업으로부터 면세점 독점 운영권을 획득, 면세점에 입점하는 매장에 한국 상품을 공급하거나 면세 매장을 직접 운영한다는 내용이다.
하지만 한국에서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통하는 면세점 운영권을 왜 중국에서는 한국기업에 넘기는지 의문이 생긴다. 이 회사들이 밝힌 사업 내용을 한국에 비유하자면, 부산 시내 면세점 사업권을 획득한 신세계가 면세점 운영권을 중국의 중소기업에 넘긴 것과 비슷하다.
이에 대해 엔에스브이 관계자는 “중국에는 ‘짝퉁’ 상품이 워낙 많아서 한국기업이 상품 공급을 한다고 해야 소비자들이 믿기 때문에 한국기업과 손을 잡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그렇다면 왜 한국대기업들은 진출하지 않는 것일까. 가장 큰 이유는 중국 보세 구역에 있는 면세점이 한국 면세점과는 다르기 때문이다.
가장 큰 차이점은 구매 방식이다. 보세 구역에 있는 면세점에서는 물건을 구입해서 직접 가져갈 수 없다. 보세 구역을 벗어나면 통관 절차를 거쳐야 하고 세금도 내야하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보세 구역에 있는 매장에서 물건을 보고 주문은 인터넷으로 한 뒤에 택배로 받는 방식으로 물건을 구매한다. 충칭 시내 보세구역에 있는 성회프라자 운영권을 획득한 엔티피아도 현재 전시 매장만 운영하고 있다.
면세 한도도 차이가 있다. 충칭 보세 구역의 경우 500위안(약 9만 원) 이하 물건에 대해서는 물건 값의 10%에 해당하는 행우세(우편세)만 부과한다. 이는 중국인들이 외국에서 직구할 때 내는 세금과 동일하다.
보세구역에 있는 매장을 통해서 500위안이 넘는 물건을 구매하면 행우세 대신 관세와 17%의 증치세(부가가치세)가 부과된다. 면세점이라고 하지만 일반 매장에서 살 때와 가격에서는 차이가 없어지는 셈이다.
외국인을 주요 고객으로 하는 한국 면세점과 달리 보세 구역에 있는 면세점은 내국인이 주요 고객이다. 항공료를 들여서 한국에 가지 않고도 한국 상품을 싸게 살 수 있다는 게 마케팅 포인트이다.
중국 내국인을 끌어들이기 위해서는 상품 가격 외에 입지도 중요하지만 보세구역은 대부분 도심에서 벗어나 있다.
박철 KOTRA 충칭 무역관장은 “중국 보세구역에 있는 면세점은 한국 면세점과는 차이가 많다”면서 “보세구역에 있는 면세점은 면세 한도가 적고, 일부 보세 구역은 입지도 도심에서 벗어나 아직 손님이 많지 않다”고 말했다.
황진영 기자 you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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