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만원 이하 소액결제 현금화 요구
정부 정책·소비자 반발 예상에 쉽지 않을 듯
[아시아경제 이현우 기자]지난해 신용카드사용 비중이 처음으로 현금사용을 넘어서면서 '현금없는 사회'가 점차 현실화되고 있다. 한국은행은 2020년까지 '동전없는 사회(coinless society)' 구축을 목표로 세우는 등 정부 시책 또한 현금없는 사회를 향해 흘러가고 있다. 하지만 소액결제가 늘어나 수수료 부담이 커진 카드사들이 1만원 이하 소액결제에 대한 현금사용을 주장하면서 변수가 되고 있다.
11일 카드업계에 따르면 이달 초 카드사 사장들은 최근 금융감독원 주최로 열린 간담회에서 5000원 또는 1만원 이하 소액 카드결제는 가맹점의 선택에 따라 거부할 수 있도록 해달라는 의견을 전달했다. 현재 여신전문금융업법에 따라 카드사 가맹점들은 소액결제라 해도 신용카드 결제를 거절할 수 없다.
카드사들이 소액결제에 대한 현금지불을 요구하고 나선 것은 소액결제 증가로 카드사가 밴(VAN)사에 지급하는 수수료가 늘어나면서 발생하는 역마진때문이다. 밴사는 카드사와 가맹점 사이에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카드 승인 중계 및 전표 매입 업무를 대신해주며 결제액수와 관계없이 건당 평균 120원의 수수료를 받는다. 소비자가 500원짜리 껌 한통을 연매출 2억원 이하의 슈퍼마켓에서 살 경우 카드사는 지난해 기준 가맹점 수수료 1.5%인 7.5원의 수익이 나지만 밴사 수수료로 120원을 내야하므로 112.5원의 손실이 발생한다.
소액결제가 늘어나면서 결제 건당 평균 카드결제금액도 계속 낮아져 지난 2012년 5만7969원에서 지난해에는 4만6533원으로 떨어졌다. 여신금융연구소 관계자는 "미국과 캐나다의 경우에는 2010년부터 10달러 이하의 카드결제는 가맹점에서 거부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며 "가맹점 수수료를 전면 인하한 상황에서 소액결제에 따른 역마진 우려까지 커지면서 카드사들의 소액결제 현금화 요구는 점차 거세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카드사들의 소액결제 현금화 요구가 받아들여지기는 힘들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은행이 지난달 말 금융거래 투명성과 동전 발행 비용 축소 등을 위해 동전없는 사회를 2020년까지 구축하겠다고 밝혔고 소액결제 증대로 카드사용이 지속적으로 늘고 있어 소액결제에 대한 현금사용을 강요하기 힘든 상황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19세이상 전국 남녀 2500명을 대상으로 지급수단 이용형태를 조사한 결과 가장 많이 이용하는 지급수단이 신용카드로 전체 39.7%를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신용카드 사용 비중은 2013년 33.4%에서 지난해 40%에 육박하며 처음으로 현금보다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반면 현금은 2013년 41.3%에서 지난해 36%로 줄어들었다.
소액결제의 카드사용을 가맹점에서 거부할 시 소비자들의 반발도 예상된다. 금융소비자연맹 관계자는 "최근 카드사들이 1만원 미만 소액결제 거부 추진은 카드사가 자신들의 수익 문제를 소비자에게 전가시키는 행위"라며 "카드사가 소액결제에 따른 부담을 소비자에게 떠넘기기 전에 카드사와 밴사가 먼저 스스로 합리적으로 해결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현우 기자 knos8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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