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송화정 기자]현대자동차가 제작한 최초의 국산 썰매가 지난달 스위스에서 열린 2015~2016 국제봅슬레이스켈레톤경기연맹 유럽컵 8차 대회에서 실전 테스트를 갖고 합격점을 받았다. 새 썰매는 가속력과 조종이 만족스럽다는 평가를 받았다.
현대차의 봅슬레이 썰매는 지난 2014년 말부터 제작에 착수해 보완 작업을 거치며 만들어졌으며 현대차의 기술력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1200~1300m의 얼음 활주로를 평균 120~150㎞의 속도로 질주하는 봅슬레이는 빙판 위의 포뮬러원(F1)으로 불린다. 동계올림픽 종목 중에서 최고 속도를 자랑하고 0.01초 차로 승부가 갈리기 때문이다.
봅슬레이는 F1만큼이나 장비에 큰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썰매를 타고 속도를 겨루는 종목인 봅슬레이에서 가장 중요한 장비는 썰매 동체다. 좋은 썰매는 공기저항을 최소화시켜 속도를 내는데 공기마찰을 얼마나 줄여 추진력을 얻을 수 있는가에 따라 썰매의 속도가 달라진다. 봅슬레이 제작에 첨단 과학 기술이 동원되는 이유다.
봅슬레이에는 자동차와 마찬가지로 조향장치가 있다. 2, 4인승 봅슬레이는 썰매 하부에 4개의 날(러너) 중 전방 2개의 날로 좌우 방향조정이 가능하다. 맨 앞에 앉은 파일럿이 썰매 날과 연결된 로프를 당기며 방향을 조정하고 맨 뒤에 앉은 브레이크맨이 자동차의 브레이크 역할을 한다.
속도와 안정성의 원리도 비슷하다. 봅슬레이 썰매는 경량화, 빙상 마찰의 감소, 공기저항 감소 등을 통해 속도를 증가시킨다. 또, 썰매가 얼음 위를 주행하며 가속이 붙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본체의 진동을 얼마나 잡아 주느냐가 기록에 큰 영향을 미친다.
자동차 개발과 비슷한 면이 많기 때문에 세계 각국의 자동차 회사에서 봅슬레이 썰매를 만든다. 독일의 BMW, 이탈리아의 페라리 등이다. 자동차 업체들이 봅슬레이 썰매를 제작하는 것은 유체역학을 고려해 속도를 높이면서도 안전하고 빠른 동체를 만드는 것이 자동차의 기술력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현대차는 썰매 제작에 자동차 개발에 사용되는 3D 스캔 기술을 활용했다. 한국 선수단 개개인의 체형을 측정하고 이를 바탕으로 최적의 탑승 자세를 구현해 설계했다. 규정이 허용하는 썰매 규격에 최적화해 선수들이 썰매를 쉽게 밀 수 있도록 했다.
고강성과 저진동 동체를 개발해 세계 최고 수준의 공력 성능을 확보했으며 경량화에도 신경을 썼다. 썰매의 중량을 최소화해 기록을 단축하고 강성을 확보해주는 탄소섬유 강화 플라스틱을 사용했다. 또, 선수들이 직접 시범 시승을 해 요청한 스티어링 각도와 조타력을 구현할 수 있도록 제작했다.
봅슬레이 외관의 전면과 범퍼에는 현대차의 디자인 아이덴티티인 헥사고날 모양을 적용했다. 실제 자동차 개발에 적용되는 풍동실험실에서 공기역학 실험을 거듭 실시해 공기 저항도 최소화했다.
송화정 기자 pancake@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