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오종탁 기자] 공정거래위원회는 1일 해외계열사를 포함한 롯데그룹의 지배구조 분석 결과를 공개하면서 "롯데는 일본계열사들로부터 영향을 많이 받긴 하지만 한국기업"이라고 밝혔다. 롯데가 일본 내 계열사 자료를 허위 제출한 혐의에 대해선 제재 절차에 착수했다.
공정위 조사 결과 롯데그룹 총수일가는 일본계열사를 통해 국내계열사를 지배하고 있었다. 총수일가가 광윤사를 통해 롯데홀딩스를 지배하고, 롯데홀딩스가 다른 일본계열사와 함께 호텔롯데 등 국내 주요계열사를 직접 지배하는 식이다. 총수일가는 해외계열사와 복잡한 순환출자 구조를 활용해 단 2.4%의 지분율로 계열사 전체를 좌지우지했다.
자연스레 롯데그룹의 국적 문제가 대두되는 것과 관련, 곽세붕 공정위 경쟁정책국장은 "국내법에 의해 설립됐고, 주된 사업활동을 국내에서 하는 측면에서 롯데는 일본기업이 아닌 한국기업이 맞다"며 롯데 측 논리에 동의했다. 다만 곽 국장은 "롯데가 일본계열사들의 출자를 통해 영향을 상당히 많이 받는 것은 사실"이라며 '일본기업' 논란을 어느 정도는 이해한다고 덧붙였다.
공정위는 정보 공개와 별개로 롯데가 지배구조 관련 허위 자료를 제출하고 부실 보고를 한 데 대해 제재 절차에 착수했다. 공정위는 "신 총괄회장의 상호출자제한기업(대기업)집단 지정자료 미·허위제출, 롯데 소속 11개사의 주식소유현황 허위신고와 허위공시 등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에 대해 사건처리를 진행할 예정"이라며 "특히 이번 조사를 통해 롯데 측이 기존에 제출, 신고 또는 공시한 자료와의 차이가 확인된 부분을 중심으로 조치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법 위반 혐의를 받는 계열사는 국내 롯데의 사실상 지주사인 호텔롯데를 비롯해 롯데푸드, 롯데케미칼, 롯데캐피탈, 롯데건설, 롯데알미늄, 롯데물산, 롯데리아, 부산롯데호텔, 롯데정보통신, 롯데로지스틱스 등 11곳이다.
공정거래법에 따라 자산 5조원이 넘는 대기업집단은 총수와 그 일가가 보유한 기업과 지분 내역을 공정위에 의무적으로 보고하고 공시해야 한다. 그러나 롯데그룹은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과 신동주 전 롯데홀딩스 부회장의 경영권 분쟁이 불거지기 전까지 일본에 있는 롯데 계열사 자료를 공정위에 제대로 제출하지 않았다.
롯데는 국내 계열사 11곳의 지분을 보유한 광윤사, 롯데홀딩스, L투자회사 등을 총수 일가와 관련 없는 '기타 주주'가 소유한 회사라고 보고했다.
그간 국내 계열사에 출자한 해외 계열사를 총수가 지배하는 회사가 아닌 기타 주주로 신고하는 과정에서 롯데 내부 지분율이 과소하게 산정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전까지 내부 지분율은 62.9%였지만 롯데 해외계열사를 포함하면 85.6%로 내부 지분율이 22.7%포인트 올라간다.
검찰 고발을 포함한 공정위의 처분 수위는 앞으로 열릴 전원회의에서 확정될 예정이다. 허위 자료를 제출하거나 허위 공시를 할 경우 공정위는 1억원 이하의 벌금을 부과하고 총수를 검찰에 고발할 수 있다.
곽세붕 국장은 "롯데가 왜 일본 해외계열사를 기타 주주로 신고했는지, 고의였는지 아니면 정당한 사유가 있었는지 보강조사를 벌일 계획"이라고 말했다.
세종=오종탁 기자 tak@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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