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형민 기자] 신태용호가 우승의 고지를 바로 앞에 두고 아쉽게 무릎을 꿇었다. 일본의 작전에 말렸다. 그 작전을 계획하고 진행한 이는 테쿠라모리 마코토(49) 일본대표팀 감독이었다.
한국은 30일(한국시간) 카타르 도하 압둘라 빈 칼리파 스타디움에서 열린 대회 결승 경기에서 일본에게 2-3으로 역전패했다. 8회 연속 올림픽 본선행 티켓과 함께 우승컵을 가져가려던 계획은 수포로 돌아갔다.
일본은 초반에 움츠렸지만 후반전에 정확히 한국의 급소를 공략해 우승했다. 테쿠라모리 감독의 전략이 통했다. 경기를 앞두고 현지 기자회견에서 테쿠라모리 감독은 말했다. "한국의 약점을 알고 있지만 말하지 않겠다"고 했다.
4강 경기까지 사실 신태용호는 약점을 노출하면서 결승에 올랐다. 수비가 좌우 빠른 공격에 자주 흔들렸고 공격적으로 팀이 올라갔을 때 상대의 역습에 대한 대비가 부족해 위험한 순간들을 많이 맞았었다. 예상은 됐지만 테쿠라모리 감독이 보는 한국의 약점은 어떤 것인지 궁금했다. 이를 또 어떻게 공략하느냐에 따라 결승전 승패가 결정될 것으로도 보였다.
테쿠라모리 감독은 90분을 놓고 치밀하게 시나리오를 짠 듯 보였다. 전반전에는 뒤로 물러섰다. 철저하게 수비를 견고히 한 뒤 긴 패스를 통해서 한국의 뒷공간을 노렸다. 하지만 중원싸움에서 밀렸고 패스워크도 살아나지 않아 공격을 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일본은 후반전에 승부를 보려고 했다. 후반 2분 만에 진성욱(23·인천)에게 추가골을 내주고 두 골차가 됐을 때만 해도 테쿠라모리 감독의 전략이 틀어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하지만 그는 침착하게 이미 생각하고 있었다는 듯이 교체카드를 꺼내들었다. 후반 15분에 타쿠나 아사노(23)를 집어넣었고 분위기가 바뀌었다.
후반 20분을 넘기자 일본이 몰아쳤다. 후반 22분에 교체해 들어간 아사노가 만회골을 넣어 분위기를 띄우고 후반 23분에 야지마 신야(23)가 동점골을 넣었다. 아사노는 후반 36분에 골을 넣어 역전극을 완성했다. 일본 입장에서는 히어로가 아사노였다. 아사노의 득점 장면은 공통됐다. 중앙 수비수를 벗겨내고 골키퍼와 일대일로 맞선 후 골망을 흔들었다. 사전에 충분한 분석이 없었다면 불가능한 일이었다.
한국은 아사노에게 두 골을 내주면서 2-3으로 아쉽게 패해 준우승했다. 테쿠라모리 감독은 한일전에 대한 갈증을 풀었을 것으로 보인다. 그는 최근 4년 사이 한일전 결과를 아쉬워했다. 일본은 2012년 런던올림픽 3·4위전에서 한국에 0-2로 져 동메달을 따지 못했다. 테쿠라모리 감독은 자국에서 지켜보며 안타까워했다. 이후 21세 이하 대표팀을 맡고 2014년 인천아시안게임에 나갔다. 아시안게임에서도 테쿠라모리의 일본은 한국에 0-1로 져 8강에서 탈락했다.
테쿠라모리 감독이 부임한 이후 일본은 패싱축구를 벗었다. 패스와 기술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것을 느낀 일본과 테쿠라모리 감독은 일본의 어린 선수들부터 다른 색깔로 바꿔가고 있는 중이다. 한국에게는 충격패가 된 이날 경기내용은 올림픽을 준비하는 신태용호게 좋은 본보기가 됐을 것으로 보인다.
김형민 기자 khm193@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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