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적에는 그 맛을 몰랐다. 그래서 이름도 싫었다. 왜 어른들은 많고 많은 음식들 중에서 그런 이상한 음식을 먹을까! 그 음식 이름이 제대로 들리기 시작한 건 내가 그 음식을 먹기 시작하면서부터였다. 쓰레기가 아니라 시래기라는 걸..
우리 집 작은 텃밭에 무를 심는 이유는 오로지 무청 때문이다. 무청을 잘라 겨울철 내내 말려 두면 푸른 잎이 누렇게 변해 모양새는 점점 볼품이 없어지지만 맛은 점점 좋아지니 겉만 보고 판단하지 말아야 할 것이 시래기이다. 소문 내지 않아도 무청 시래기가 잘 말라갈 때쯤이면 여기저기서 무청 시래기가 먹고 싶다고 연락이 온다. 무청 시래기의 인기는 바싹 마른 시래기를 잘 삶아 부드럽게 손질했을 때 극에 달한다.
사실 무청 시래기를 말리는 일보다는 삶는 것이 더 손이 많이 가고 중요한 일이니 삶아서 손질한 시래기는 그 참맛을 아는 정말 특별한 사람들에게만 주게 된다. 시래기는 된장에 조물조물해서 청양고추를 송송 썰어 넣고 된장국을 끓이면 구수한 맛이 더욱 특별해지고 반찬이 없을 때에는 양념한 시래기를 듬뿍 넣고 밥을 지어 간장 양념장에 쓱쓱 비벼 먹으면 내 몸이 시래기 밥으로 해독되는 것 같다.
바싹 마른 시래기를 손질할 자신이 없다면 삶아서 손질하여 한 뭉치씩 포장되어 판매되는 시래기를 활용해도 좋겠다. 겨울이 지나기 전에 서둘러 시래기 요리를 맛보자.
시래기밥
주재료(2인분)
쌀 1컵, 시래기(삶은 것) 100g, 국간장 1, 들기름 2
양념장
간장 3, 고춧가루 0.3, 실파(송송 썬 것) 2, 참기름 1, 깨소금 0.5
만들기
▶ 요리 시간 30분
1.쌀은 씻어 20분정도 불린 후 물기를 뺀다.
2.삶은 시래기는 송송 썰어 국간장, 들기름에 조물조물 무친다.
3.냄비에 쌀과 시래기를 올리고 물 2컵을 넣어 밥을 짓는다.
4.밥에 뜸이 들면 섞어서 담고 양념장을 곁들인다.
글=요리연구가 이미경(http://blog.naver.com/poutian), 사진=네츄르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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