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하락에 러 경제침체 심각…타지키스탄·우크라이나 등 '송금 경제' 휘청
[아시아경제 조목인 기자]러시아에 대한 의존도가 큰 옛 소련권 국가들이 러시아의 경제위기로 충격 받고 있다.
카자스흐탄·타지키스탄·키르기스스탄·아르메니아 등 중앙아시아 국가 국민 가운데 상당수가 러시아에서 일한다. 이들이 고국으로 보내는 돈은 국가 경제에서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 그러나 유가 하락으로 러시아 경제가 어려움에 허덕이면서 이들의 본국 송금액이 크게 줄고 있다.
영국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에 따르면 지난해 상반기 타지키스탄인들이 러시아에서 고국으로 보낸 돈은 전년 동기 대비 44% 급감했다.
타지키스탄 노동인구의 40%가 해외에서 일한다. 이들 중 거의 대부분이 러시아에 있다. 타지키스탄 국내총생산(GDP)에서 해외 송금이 차지하는 비중은 무려 42%다. 송금액이 줄면 경제성장률은 둔화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러시아 거주 우즈베키스탄 노동자들의 본국 송금은 지난해 상반기 50%나 줄었다. 키르기스스탄의 경우 33% 감소했다.
2014년만 해도 1000만명 이상의 옛 소련권 노동자들이 모스크바 등 러시아 대도시의 건설·공공서비스 같은 분야에 값싼 노동력을 제공했다. 그러나 지난해부터 이들이 눈에 띄게 줄고 있다. 유가 하락과 루블화 가치 급락으로 러시아의 경제위기가 가시화하면서 일자리는 물론 노동자의 임금도 줄고 있기 때문이다.
러시아 일간 RBC는 지난해 -3.8%를 기록한 자국의 성장률이 올해 -0.2%에 머물 것으로 내다봤다. 최근 세계은행은 러시아의 올해 GDP 성장률을 -0.7%로 예상했다.
지난해 1~11월 러시아 근로자들의 실질임금은 전년 같은 기간 대비 9.2% 급감하는 등 고용시장에 한파가 불어닥치고 있다.
세계은행은 러시아의 경제 위축세가 주변국들로 확산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우려했다. 송금액 감소와 대(對)러시아 교역 축소, 통화 가치 하락 등을 고려할 때 옛 소련권 국가 소비자들의 구매력은 10% 넘게 줄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타지키스탄의 경우 가계 중 40%가 최소 생필품조차 제대로 구매하지 못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코노미스트는 옛 소련 국가들이 러시아 경제위기에 전염되지 않으려면 인프라 개선, 교역 다변화 같은 구조변화를 추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조목인 기자 cmi072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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