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노태영 기자]의도치 않게 한국의 16살 걸그룹 멤버 한 명이 ‘대국굴기(大國堀起·대국으로 우뚝 선다는 뜻)’ 중국의 아킬레스건을 건드렸다. 국적이 문제였다. 한국 걸그룹 '트와이스'의 대만 멤버 저우쯔위는 한 인터넷 방송에서 청천백일만지홍기(청천백일기)를 자연스레 흔들었다. 우리가 으레 국경일에 태극기를 흔드는 것처럼. 하지만 후폭풍이 거셌다. 대만인이 ‘불특정 다수에게 노출되는’ 방송에서 국기를 흔드는 것은 ‘하나의 중국’을 강조하는 중국에게는 간단치 않은 문제다. 이는 중국이 드러내기 싫은 ‘불안의 상징’이기 때문이다.
이른바 ‘쯔위 사태’ 이후 그 불길은 ‘대만 총통’선거로 옮겨갔다. 중국이 불안해하는 ‘양안(兩岸·중국과 대만) 관계’ 문제가 수면 위로 올라가면서 정권 교체의 씨앗이 됐다. 앞서 쯔위는 중국 본토 네티즌 등의 비난을 받자 유투브에 사과 영상을 내보냈고, 이를 본 대만 여론은 표심으로 답했다. 대만 독립 지향적인 민진당에는 호재였고 친중 성향의 국민당에는 악재가 됐다. 대만 렌허보는 지난 주말 “쯔위 사건이 차이잉원 당선자의 득표율을 1~2% 상승 시켰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결국 ‘대만을 밝혀라’를 캐치프레이즈로 내건 차이잉원 민진당 주석이 당선됐다. 당선 뒤 가진 언론인터뷰에서 차이 당선인은 19일 양안관계에 대해 “과거정책의 착오를 원상회복하겠다”며 친중 노선 수정 의지를 분명히 했다.
더 큰 문제는 중국의 불안은 ‘양안 관계’ 해결로 마침표를 찍을 수 없다는 점이다. '1992 컨센서스'를 통해 각자 명칭을 사용하도록 한 양안 관계는 언제든 중국 내 소수민족의 분리 독립 의지에 도화선이 될 수 있다. 중국은 대외적으로 ‘하나의 중국’을 말하고 있지만 엄연히 한족과 나머지 55개의 다양한 소수민족으로 이루어진 국가다. 이 가운데 자치구를 가진 민족은 티베트족, 위구르족, 회족, 장족, 내몽고족 등 총 다섯 민족이다. 가령 유혈 참극을 빚은 신장 위구르의 독립 문제 등은 국제적으로 이목이 집중된 바 있다. 또 중국은 ‘티베트’라는 말을 인정하지 않는다. ‘시짱자치구’만 있을 뿐이다. 차이 당선자인도 푸젠성 객가(客家·중국 한족의 일파로 대만 내 소수민족) 출신의 아버지를 뒀다.
결국 중국 입장에서 ‘쯔위 사태’로 촉발된 ‘양안 관계’ 문제는 그저 웃어넘길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 국제사회에서 지금까지 쌓아 온 ‘G2 중국’의 위상이 흔들릴 수 있는 내부적 ‘불안’ 요소다. 그 불안의 맨살은 ‘억압 및 강제’라는 수단으로 만들어진 ‘하나의 중국’이라는 진실이다.
노태영 기자 factpoe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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