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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량해고 쉬워질까' 공포가 갈등 불렀다…대타협 파국 쟁점 살펴보니

시계아이콘읽는 시간01분 58초

정부 초안은 기존 고용보호법제 유지…'쉬운 해고' 어려운 구조
근로자 평가의 객관성·공정성 등 관건…악용 가능성은 남아


[아시아경제 조슬기나 기자]노사정 대타협이 결국 파국 수순을 밟게 된 배경에는 이른바 '쉬운 해고' 논란이 있다. 저성과자 해고 요건을 명확하게 규정하는 내용의 일반해고 지침에 대해 노동계는 "일상적 구조조정, 축출해고를 위해 사용자에게 길을 터주는 것"이라고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하지만 정부의 초안이 지금까지 축적된 대법원의 판례를 기반으로 한데다, 기존 고용보호법제를 전혀 건드리지 않았다는 점에서 '일반해고 요건' 완화가 '쉬운 해고'로 이어질 가능성은 낮다. 해고 대란이 벌어질 것이라는 일종의 공포가 정치적 프레임화되며 대타협 파국으로 확대된 셈이다.


◆쉬운 해고 맞나…초안 살펴보니=현재 공개된 정부 지침 초안에 따르면 업무성과가 낮은 근로자를 대상으로 재교육, 전환배치 등을 실시한 후에도 성과개선이 되지 않을 경우에 한해서만 해고가 가능하다.

'대량해고 쉬워질까' 공포가 갈등 불렀다…대타협 파국 쟁점 살펴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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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계량평가와 절대평가를 기반으로 한 객관적 평가절차를 전제하고, 해고를 목적으로 형식적으로 이뤄진 교육훈련을 해고의 근거로 할 수 없음을 명확히 했다. 이는 그간 대법원 판례에 따른 것으로 일반해고 지침을 쉬운 해고로 볼 수 있는 근거는 희박하다는 평가다.


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은 "(판례를 기반으로 했기 때문에)쉬운 해고라고 얘기하면 그건 대법원을 모독하는 발언"이라며 "대법원은 사측이 '저 근로자가 맘에 들지 않는다'는 식의 해고에 대해 엄격히 판결을 내리고 있다"고 강조했다.


여기에 정부는 육아휴직자나 전임 노조활동 후 복귀한지 1년이 채 안된 근로자 등은 평가대상에서 제외한다는 내용까지 덧붙였다. 권순원 숙명여대 경영학 교수는 "과연 이대로 하면 기업들이 해고를 할 수 있을지 의심이 들 정도로 꼼꼼히 정리돼 있다"고 평가했다. 경영계에서 오히려 '볼멘소리'가 나오는 까닭은 이 때문이다.


송위섭 아주대 명예교수는 "고용부가 특위에서 지침을 보고할 때 경영계가 '해고를 못하게 하는 지침'이라며 강하게 반발했을 정도로 근로자에겐 손해될 게 없는 내용"이라며 "내부 사정때문에 (노동계가) 강하게 대응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왜 논란 일었나…정리해고와 착각='쉬운 해고' 논란이 확대된 것은 정리해고와 일반해고(통상해고)의 혼선에서 시작된 것으로 보인다. 일반해고 요건을 완화하면 일종의 정리해고인 집단해고가 쉬워질 것이라는 여론이 확산되며 '일반해고 완화=쉬운 해고'라는 프레임에 갇히게 된 셈이다.


해고는 크게 '경영상 긴박한 사유'로 인한 정리해고와 징계해고, 근로자의 비위행위 등과 연계되는 일반해고로 나뉜다. 이 가운데 정부가 판례를 기반으로 지침화하려는 것은 일반해고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우리나라의 정리해고는 조사대상 34개국 중 4위로 쉬운 편에 속하지만, 일반해고는 23위로 어려운 구조다.


특히 일반해고에 대한 근로기준법 상 제한사유는 '정당한 이유'로만 제시돼 있어 부당해고 신청이 연 1만3000건을 넘길 정도로 분쟁이 잦다. 이 장관은 "이 같은 불확실성이 경제적 손실과 노사갈등으로 이어지고 있기 때문에 복잡한 판례를 쉽게 풀어 명확한 기준을 제시하겠다는 것"이라며 "정부 지침은 기존 고용보호법제를 전혀 건드리지 않아 해고가 쉬워질 이유가 없다"고 강조했다.


◆악용 가능성 없나=전문가들은 이번 지침에 대해 법률과 판례에 근거해 불투명성을 낮추고 노동관계 분쟁을 예방하는 의미 있는 시도로 평가하고 있다. 다만 예외적인 성격을 갖는 판결을 보편화하는 것에 대한 우려의 시각도 있다. 노동계의 우려대로 경영계가 이 지침을 악용할 수 있는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는 의미다.


노동인권 실현을 위한 노무사모임 소속의 박성우 노무사는 " '평가'의 속성 자체가 주관성과 재량성이 개입될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평가의 객관성과 공정성은 꾸준히 지적된 문제점 중 하나다. 노동자가 사실상 기업측의 압박을 방어할 수단이 거의 없다는 점을 감안할 때 공정한 평가가 이뤄질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은 끊이지 않고 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의 강문대 변호사는 "업무능력 결여, 근무성적 부진, 저성과자 해고를 순수하게 해고사유로 다룬 판례자체가 많이 축적돼 있지 않다"고 비판했다.


이에 따라 충분한 협의가 가장 중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하갑래 단국대 법학과 교수는 "일반해고 지침이 형성되려면 근거로 활용될 수 있는 여러 판례가 쌓여야 하고 아직 많은 시간이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세종=조슬기나 기자 seu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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