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조유진 기자] 대한항공이 한진가(家) 3세 조원태 부사장을 총괄 부사장으로 11일 선임했다. 지창훈 총괄 사장이 3연임에 성공하고, 진에어의 대표이사인 마원 상무가 전무(여객사업본부장)로 승진해 대한항공으로 복귀함으로써 3세 경영 보좌그룹으로의 새 진용을 갖추게 됐다.
이번 인사에 대해 회사 안팎에서는 조원태 부사장의 경영능력 검증이 시작됐다고 평가했다. 오너가(家) 3세 경영을 본격화하면서 악화되고 있는 재무구조 개선 작업에 속도를 낼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당장 실적 개선이 발등의 불이다. 대한항공은 지난 2013년부터 3년 연속 순손실이 이어지고 이어지고 있다. 2013년 -3836억원, 2014년 -4578억원, 2015년 3분기말 기준 -7952억원으로 손실 폭도 확대되고 있다. 지난해 전체로 5291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하면서 3년 연속 적자 행진을 보일 것으로 관측된다.
대외환경도 악화일로다. 환율 상승과 이에 따른 이자비용 증가로 저유가 수혜에서도 빗겨나 있다. 지난해 3분기 유류비는 30% 절감됐지만 영업이익은 20% 개선되는데 그쳤다. 높은 이자부담 탓이다.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대한항공의 부채비율은 1051%이며, 총 부채 중 외화 부채가 11조원을 넘어선다. 해외 투자은행(IB)들의 환율 전망에 따라 올해 원ㆍ달러 환율이 45원 오른다고 가정할 경우 대한항공은 올해 연간 약 4140억원의 환손실을 낼 것으로 추정된다.
저비용항공사(LCC)들의 중ㆍ단거리 노선 시장 잠식으로 운임 단가가 내리막길을 걷고 있고, 글로벌 경기침체로 화물 물동량 감소가 이어지면서 전체 매출액도 감소세다. 대한항공의 화물 수송량은 지난해 11월 -4.2% 역성장으로 돌아섰고 12월 0.4% 성장하는데 그쳤다. 대한항공 매출액은 지난 2012년 12조3418억원에서 2013년 11조8487억원, 2014년 11조9097억원, 2015년 11조4709억원(추정치)으로 외형도 축소되고 있다.
자회사 한진해운(지분율 33.23%)에 대한 출자 리스크 해소도 하루 빨리 해결해야 할 과제다. 정부가 한계기업 구조조정 과정에서 한진해운에 대한 유동성 지원을 사실상 끊기로 하면서 모회사인 대한항공의 지원 혹은 구조조정 방안 도출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도 최근 "해운업은 한국 물류산업에서 필수적이기 때문에 모든 힘을 다해서 살리도록 하겠다"며 한진해운에 대한 회생 의지를 밝힌 바 있다.
업계는 이번 인사에 대해 '땅콩 회항' 사건으로 조현아 전 부사장이 물러나면서 제동이 걸렸던 후계구도 강화 움직임이 다시 본격화된 것으로 풀이했다. 조원태 총괄 부사장 선임이 조현아 전 부사장의 경영복귀와 조현민 전무의 승진 인사의 포석이라는 관측이다.
조유진 기자 tin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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