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은정 기자] "괜찮아. 잘될 거야(하쿠나 마타타)."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 2016년 1월4일 기자단 신년다과회 中)
의외였다. 구조개혁이니, 통화정책이니 다소 무거운 주제를 신년 화두로 꺼내 든 기자단에 웃으며 "근거없는 낙관론을 피해야 하지만 너무 과도한 비관론도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하는 이주열 한은 총재의 모습은 정말 낯설었다. 그는 단호한 표정으로 "예측못하는 상황에 대비해야 하지만 희망의 끈을 놓지 말아야 한다"는 말을 하기도 했다. 그동안 누구보다도 한국 경제를 걱정하며 경계성 발언을 내뱉어왔던 그 아니었던가. 작년 말 기자단 송년회에서도 "외환보유액의 보유 주체가 정부지, 기업이 아니다. 해외 채무위기로 발생한 여파가 기업에 미치는 충격을 완화하는 데 한계가 있지 않을까 걱정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그랬던 이 총재가 며칠만에 시각을 바꾼 이유는 무엇일까? 한국 경제의 대내외 리스크가 해결되기는커녕 위기감이 더 팽배해지고 있는 데 말이다.
2016년 원숭이의 해 첫 거래일(4일) 아시아 금융시장은 그야말로 블랙먼데이(검은 월요일)를 연출했다. 사우디아라비아와 이란간 국교 단절로 중동지역의 리스크가 커진 상황에 중국 증시까지 급락하며 거래 중단이란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우리 금융시장도 예외는 아니었다. 원ㆍ달러 환율은 하루 새 15원이 넘게 올랐고 코스피 지수는 42.55포인트(2.17%)나 주저앉았다. 중국발 경제위기에 금융시장이 새파랗게 질린 것은 물론 경제 주체들의 심리도 잔뜩 위축됐다. 이대로 뒀다간 연초부터 한국호가 침몰위기에 처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현 상황을 극복할 터닝포인트의 필요성도 느껴졌다.
현 시점에선 '괜찮다'는 위안감과 '할 수 있다'는 긍정적 심리가 바로 터닝포인트가 될 수 있다. 우리는 '할 수 있다'는 긍정적 심리를 바탕으로 짧은 시간 내 압축성장을 실현한 세계 유일의 나라다. 1998년 외환위기 역시 짧은 기간 내 극복해 세계를 놀라게 했다. 이 역시 '할 수 있다'는 긍정적 심리 덕분에 가능했다. 마치 심리학 용어의 '플라세보 효과(placebo effect)'처럼 말이다. 일명 '위약효과'라고 하는 플라세보 효과는 가짜 약도 진짜라고 생각하고 먹으면 병이 낫는 현상을 말한다. 긍정적인 생각이 호르몬 작용을 촉진시켜 면역을 강화한 결과인 것이다. 이 총재가 연초 금융시장이 새파랗게 질린 상황에서 희망의 메신저를 자처하고 나선 것도 이런 맥락에서 였을 테다.
어쨌든 중국발 경제위기는 꾸준히 지목됐던 리스크다. 우리 정부는 물론이고 경제 전문가들은 대체로 새해를 중국 경기 둔화에 따른 대외 불확실성이 큰 한 해가 될 것으로 예상했다. 금융당국이 지난해 말 부터 기업 구조조정에 속도를 내고 있는 것도 중국발 경제위기 등에 대비하기 위한 차원이었다. 따라서 중국 리스크에 요동해 불안 심리를 과도하게 확산시키기 보다는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바탕으로 구조조정에 차분히 대응할 필요가 있다. 경제는 심리라고 하지 않던가.
이은정 기자 mybang2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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