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선수범하라"며 반기 든 친박…김무성 대표 "당 분열 걱정케 하는 발언 삼가길"
[아시아경제 김보경 기자] 새누리당의 내년 총선 공천에서 '험지 차출론'이 새 변수로 떠올랐지만 어느 지역을 험지로 볼 것인가에 대한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험지의 기준이 애매모호할 뿐만 아니라 유력 인사들의 험지 출마 요청이 친박(친박근혜) 의원들의 심기를 건드려 계파 충돌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23일 내년 총선에 출마하는 오세훈 전 서울시장을 직접 만나 "당에 협조해달라"며 '험지 출마'를 권유했다. 오 전 시장은 "당의 방침에 따르겠다"고 했지만, 이미 출마 선언을 한 서울 종로 지역도 험지로 볼 수 있다는 의견을 내놨다. 앞서 김 대표가 험지 출마를 요청한 안대희 전 대법관과 비슷한 반응이다. 안 전 대법관도 "당에서 정하는 대로 하겠다"고 말했지만 부산 해운대 출마 의사를 완전히 포기하진 않았다.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도 김부겸 전 새정치민주연합 의원과 맞대결해야 하는 상황을 언급하며 "대구 수성갑은 험지"라는 의견을 피력했다.
어느 지역을 험지로 지정해야 할지에 대해 새누리당 의원들간 의견도 분분하다. 비박(비박근혜)계 중진인 이재오 의원은 호남 지역을 험지에 포함시키며 유력 인사들의 호남 출마를 주장했지만, 김 대표는 연고가 전혀 없는 지역에 출마하라는 건 무리라며 이견을 보였다.
최고위원회의에서 험지 차출론을 점화한 원유철 원내대표는 '수도권 접전 지역'이 험지라고 말했다. 이에 따르면 지난 19대 총선에서 여야 후보간 득표율이 10%포인트 이하를 기록한 지역구는 서울에서만 10여곳이 넘는다. 서울 강남, TK(대구 경북), PK(부산 경남) 등 여당 텃밭을 제외한 나머지 지역을 모두 포괄해 험지로 간주해야 한다는 견해도 있다. 한 여권 관계자는 "특정 지역을 정해놓고 험지 출마를 권유하는 것은 아닐 것"이라며 "무엇보다 후보자 본인의 의사가 중요하기 때문에 결국 당의 권유로 그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친박계 핵심인 유기준·홍문종 의원은 험지 차출론을 제기한 지도부의 솔선수범을 요구해 계파간 갈등 조짐을 보였다. 험지 차출은 주로 청와대 인사나 전현직 관료 출신 후보자들이 부담을 떠안게 된다. 김 대표는 이를 의식한 듯 24일 "총선에 도움될 수 있는 명망가 영입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데 너무 개인적인 의견, 마치 당 분열되는 것 아닌가 걱정하게 하는 발언은 삼가해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김보경 기자 bkly477@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