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2부 김민진 차장
중소기업 10곳 중 7곳 남짓은 현재 우리 산업을 '위기상황'으로 인식하고 있다고 한다. 위기상황이라고 인식하는 배경은 간단찮다. 가격ㆍ품질ㆍ기술 경쟁력은 약화됐고, 업체 간 경쟁은 과열됐다. 생산성 향상이 약화됐고, 성장동력 산업도 확보하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기업 규모가 작을수록 위기의식은 더 컸다. 꽤 장기화되리라고도 예상했다. 이번 중소기업중앙회의 설문에 응답한 300개 중소기업 중 절반은 소득과 대ㆍ중소기업 간 불균형 심화를 한국 경제의 가장 크고 심각한 문제로 인식하고 있었다.
청년실업과 소비여력 부족 등 내수침체, 주력업종의 성장동력 상실, 과도한 가계부채 등은 우리 경제가 안고 있는 문제다. 소득 불평등 심화와 정부의 대기업 위주 정책 고수에 대한 비판적인 견해가 중소기업들의 상황인식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난 것이다.
실업과 비정규직 증가, 불투명한 미래에 대한 불안은 내수침체로 돌아올 수밖에 없고, 세계경기 침체는 과거만큼 주력업종의 성장을 담보해 주지 않는다. 건설ㆍ부동산 위주의 경기부양은 가계부채를 심화시켰다.
민간 경제연구소들의 내년 경제전망도 어둡다. LG경제연구원은 최근 기존 전망치 2.7%를 2.5%로 하향 조정했다. 수출 부진과 내수의 성장 기여도 약화를 이유로 꼽았다.
한국경제연구원(2.6%)은 2%대 전망을 내놨다. 한경연은 내년 수출(국제수지 기준)이 올해보다 0.9% 늘어나는 데 그치고, 민간 소비도 1.9% 증가에 머물고 말 것이라고 내다봤다. 중국 경제 불안과 미국 금리 인상 여파, 엔화 약세 후폭풍 등이 저성장의 근거다.
정부나 국책연구기관의 전망치는 3%대 초반으로 비교적 후하다. 그렇다고 저성장 기조를 벗어나리라는 기대 따윈 않는다.
중소기업의 44%는 위기상황을 대처하고 극복하는 방안으로 긴축 경영을 고려하거나 추진하고 있다고 했다. 녹록잖은 얘기다. 차별화된 신제품 개발ㆍ출시, 기술개발 투자 등으로 경쟁력 강화, 성장산업으로 전환ㆍ다각화 등의 방안이 거론됐다. 해야 할 과제지만 하루아침에 되는 일은 아니다.
긴축은 바짝 줄이거나 조이는 일이다. 혁신은 가죽을 벗겨내 새롭게 하는 것이다. 노력과 희생, 고통과 아픔이 따르는 어마어마하고도 무시무시한 일이다.
과거에 비해 살림살이는 나아졌다. 하지만 여유와 안정은 사라지고, 미래에 대한 불안과 경쟁은 청년세대까지 옥죄고 있다.
우리나라의 자살률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4개 회원국 중 11년째 압도적인 1위다. '헬조선' 등 부정적 바이러스가 언젠가부터 우리 의식을 지배하고 있다. 살림살이는 나아졌지만 행복해지지는 않았다. 더 이상 기대와 행복감에 취해 미래를 얘기하지도 않는다.
지금까지의 성장 방정식을 버리고, 새로운 패러다임을 찾아야 하는 건 리더인 정부의 과제이자 몫이다.
김민진 기자 ente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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