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주상돈 기자] 저유가에 전통적인 우리기업의 해외건설 텃밭인 중동에서의 올해 수주금액이 반토막 났다. 최근엔 미국이 금리인상에 시동을 걸면서 내년 해외수주 금액이 올해보다 더 줄어들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21일 해외건설협회에 따르면 올 들어 현재까지 수주금액은 450억1960만달러(53조826억원)로 전년 동기(635억2263만달러) 대비 29% 줄었다. 이 추세라면 2009년(491억달러) 이후 6년 만에 500억달러를 밑돌 것으로 보인다.
특히 중동지역의 수주금액이 지난해 대비 절반 수준으로 급감했다. 같은 기간 312억5134만달러에서 156억5806만달러로 99.6% 줄었다. 해외건설협회 관계자는 "중동에서 수주금액이 약 150억달러 줄었는데 거의 이만큼 전체 수주금액이 감소했다"며 "저유가 탓에 발주처가 공사 규모를 줄이거나 연기·취소한 영향이 크다"고 말했다.
두바이유는 지난 18일(현지시간) 배럴당 34.58달러에 거래됐다. 전일에는 32.86달러까지 떨어지며 2004년 12월 13일11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지난 14~18일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배럴당 36달러에서 시작해 18일을 기점으로 배럴당 34.73달러까지 떨어졌다. 2009년 2월18일 이후 최저치다.
저유가 탓에 원유 수출 의존도가 높은 중동 국가들의 발주도 줄었다. 실제 올 들어 중동 지역 수주액은 147억달러로 전년 동기(306억달러) 대비 48% 수준에 불과하다.
문제는 내년에도 저유가는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는 점이다. 석유수출국기구(OPEC)가 정기 총회에서 원유 생산량을 현 수준에서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여기에 이란이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원유 수출을 재개하면 추가 하락이 불가피하다.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도 우리 기업의 수주전망을 어둡게 하는 요인 중 하나다. 통상적으로 미국 금리가 인상되면 달러가 강세를 보이고 달러로 주로 거래되는 유가는 하락하게 된다. 발주처의 이자 부담도 커진다. 가뜩이나 저유가에 신규 투자 여력이 줄어든 발주처는 유가하락과 금융비용 증가의 이중고를 겪을 수밖에 없는 셈이다.
국내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예상된 금리인상이라 선반영 돼 있긴 하지만 발주처는 투자에 보수적으로 나설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내년 유가나 미국 금리 인상에 따라 발주 물량 자체가 크게 줄어들 것으로 보여 우리 기업의 전체 수주금액은 감소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다만 금리인상은 수익성과 수주 경쟁력에는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기대했다. 그는 "올해 수주금액 감소는 저가수주에 따른 '실적쇼크'를 경험한 국내업체들이 수익성이 확보된 공사에 보수적으로 접근한 영향도 크다"며 "금리 인상은 환율 측면에서 환차익 확대에 따라 실적이 좋아지고 수주경쟁력이 높아지는 효과를 볼 수 있다"고 전망했다.
주상돈 기자 d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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