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주현 기자]내수침체와 소비심리 위축으로 인한 소비 양극화 현상이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 저렴한 것만 찾는 소비 패턴과 고가 상품에 과감히 지갑을 여는 현상의 격차가 갈수록 심화되고 있는 것이다.
반면 고가와 저가 상품들에 비해 중간 가격대는 상대적으로 판매가 되지 않아 유통업계 역시 할인 경쟁과 'VIP 마케팅' 등 차별화된 전략으로 자구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대형마트는 2012년 의무휴업이 시행된 이후 3~4년 연속 역성장이 확실시되고 백화점 실적도 2년째 제자리에 머무를 전망이다.
대형마트 빅3 가운데 매출 감소폭이 가장 큰 곳은 롯데마트로 1월부터 11월말까지 누적 매출(기존점 기준)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7% 적다. 매출 감소율이 지난해 전체(전년대비·3.1%)보다 낮아졌지만 12월 한달 사이 획기적 매출 회복이 없는 한 2012년 이후 3년 연속 매출 감소는 불가피한 상황이다.
하지만 상류층이 애호하는 상품들은 불황을 타지 않고 있다. 수입 의류와 골프용품 등의 매출은 10~20% 늘고 있다.
불황이 장기화하면서 중산층 이하는 먹고 입는데 좀처럼 지갑을 열지 않고 있는 가운데 최상위 고객층들의 지출은 계속해서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신세계백화점에서 수백만원에서 수천만원에 이르는 명품 시계(럭셔리 워치)의 매출은 지난해 1월부터 올해 11월까지 23개월 연속 매달 5% 이상 증가하는 등 호황을 누리고 있다.
건강을 중시하는 웰빙 트렌드에 양보다 질을 중시하는 '럭셔리 식품족'들이 확산되며 프리미엄 식품관도 연일 호황을 누리고 있다.
이들은 식초 한 병에 7만원, 명품 고추장 세트 20만원, 36년 숙성 간장게장 25만원 등 고가임에도 불구하고 명품 프리미엄 식품을 위해 과감히 지갑을 열고 있다.
이에 반해 대형마트 업계는 상시할인, 최저가 할인 등으로 고객 잡기에 여념이 없고 백화점업계도 '코리아 블랙프라이데이' 등 일년에 3분의1이 넘는 기간동안 각종 할인행사로 고객몰이에 나서고 있다.
이러한 양극화 현상은 설날과 추석 등 명절 선물세트 판매에서 확연히 나타난다. 이마트의 지난 9월 추석설물세트 판매 매출에 따르면 10만원 이상 고가와 1만원 이하 저가 매출은 작년 같은 기간보다 각각 17.1%, 27.4% 올랐다. 하지만 5만원 이하는 14.1%, 5만∼10만원 선물세트는 1.7% 증가하는데 그쳤다.
한우 선물세트 중 최고가인 횡성한우 1++등급 구이용세트 55만원짜리는 150세트 한정물양으로 내 놓았지만 판매를 시작하자 마자 모두 팔렸다.
이처럼 소비 행태가 극과극을 보이자 최근 소비생활 만족도가 10.9% 하락하고 상류층에 대한 하류층 비율을 의미하는 소비양극화 지수는 올해 169로 1994년 조사 이래 최고치를 기록했다.
소득격차도 커지고 있다. 참여연대 조세재정개혁센터의 분석에 따르면 2011~2012년 사이 소득 하위 20%의 자산이 5만 원(1493만원→1498만원) 증가할 때 소득 상위 1%의 자산은 무려 3억9000만원(39억6009만원→43억4932만원) 불었다.
이처럼 소득과 자산 격차가 커지자 유통업체들은 고소득층에 마케팅 역량을 집중할 수밖에 없으며 이러한 현상이 소비 양극화 심화로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불황이 계속되고 있지만 고가 제품을 소비하는 이들은 계속해서 늘어나고 있고 반면 중산층은 가계 허리띠를 졸라메고 있다"며 "VIP고객들은 경기에 관계없이 지갑을 열기 때문에 불황이 장기화 될수록 이들에 대한 마케팅이 더욱 활발해 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주현 기자 jhjh13@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