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유제훈 기자] '노동개혁 5법' 가운데 가장 논란이 되는 것은 기간제 근로자 계약기간 연장과 파견근로 확대를 둘러싼 사안이다. 정부ㆍ여당은 개정안이 통과될 경우 14만~15만개의 일자리를 창출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으나 야당과 노동계는 비정규직만 추가로 양산할 뿐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정부ㆍ여당은 현재 35~55세 기간제 근로자의 정규직 전환율이 8%에 그친다는 점에 주목한다. 계약직 등 기간제 근로자가 600만명을 넘어설 정도인데 실제 이들이 근로를 통해 숙련이 되고 정규직으로 전환되는 사례는 크게 적다는 것이다. 이에 기간제 계약기간을 2년에서 4년으로 연장해줄 경우 한 직장에서 근로를 길게 제공할 수 있는 여건이 된다는 얘기다. 재취업이 어려워지는 35세 이상 근로자들의 일자리도 지킬 수 있다는 입장이다. 기간제 근로자의 보호 여부와 관계없이 이들의 생계를 위해 근로기간을 더 길게 보장해주자는 차원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야당과 노동계는 계약직 등 열악한 근로자를 더욱 양산하게 될 뿐이라고 보고 있다. 우선은 정부가 주창하는 '양질의 일자리'에 기간제 근로자를 포함시킬 수 없다는 점에 주목한다. 더욱이 사용자들에 의해 계약기간 쪼개기 등이 횡행하고 있다며 기간이 늘어날 경우 편법 운용이 더욱 확산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지금도 정규직 전환이 그렇잖아도 낮은데 앞으로는 정규직화를 고민할 사용자가 얼마나 될 것인지에 의문을 품고 있다. '평생 비정규직'을 만드는 꼴이라는 주장은 그래서 나온다.
파견근로법은 55세 이상 고령자, 고소득 전문직, 금형ㆍ용접 등 6개 뿌리산업으로 파견근로를 확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정부ㆍ여당이 개정을 추진하는 이유는 특히 뿌리산업에 55세 이상 중ㆍ장년층의 파견이 허용될 경우 1만3000개의 일자리가 늘어날 것이란 점에 주목한다. 반면 야당과 노동계는 자동차 제조업 등으로 파견직이 확대되는 것을 우려한다. 지금도 자동차업계에서는 사내하청 등 불법 파견근로자로 인한 갈등을 겪고 있다. 파견근로자가 정규직을 대체함으로써 전체적인 근로여건이 열악해질 뿐이란 얘기다.
근로기준법 개정안도 찬반이 갈린다. 주당 8시간에 달하는 '특별연장근로'가 쟁점이다. 현행 근로기준법에 따르면 주당 노동시간이 총 52시간(노동시간 40시간, 연장근로 12시간)이다. 다만 휴일근로는 연장근로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정부의 해석 탓에 실질적인 총 노동시간은 68시간에 달했다. 여ㆍ야 모두 주당 노동시간을 52시간으로 단축하는 방안에 대해서는 공감한다. 일자리를 늘릴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정부ㆍ여당은 급격한 노동시간 단축에 따른 충격에 대비하기 위해 노ㆍ사 합의시 특별연장근로(주당 8시간)을 허용하자는 주장인 반면, 야당과 노동계는 사실상 주당 노동시간이 60시간으로 늘어나는 만큼 실질적 일자리 증대 효과가 줄어들 수 있다는 비판을 내놓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