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조영주 기자] 중앙정부가 지방자치단체의 소극행정 행태를 매년 두 차례에 걸쳐 특별점검한다. 또 지자체의 민원 접수거부·처리지연 등 부당한 행태를 없애기 위해 관계부처 합동으로 태스크포스(TF)를 운영하는 한편 민원제도 개선, 인허가 법령개정 등을 추진한다.
국무조정실과 행정자치부는 지난 9월부터 2개월 간 중앙행정기관, 지자체, 공공기관 등 107개 기관을 대상으로 '규제개혁 저해행태 및 부조리 실태'에 대한 집중 점검을 실시하고, 8일 이 같은 후속조치 계획을 발표했다.
우선, 불합리한 규제집행 사례를 언제든 신고할 수 있도록 하고, 정부는 이를 신속하게 확인해 개선하는 체계를 만들기로 했다. 지자체 대상으로 규제개혁 특별점검을 주기적으로 실시해 점검결과에 따른 처분요구 등 이행상황을 지속적으로 확인할 계획이다.
공무원 워크숍과 교육과정을 통해 주요 적발사례와 행태 개선방안에 대한 교육을 실시하고, 사례집을 만들어 배포한다.
특히, 민간의 시각에서 지자체 행정행태 등을 평가하는 '기업체감도 지도(地圖)'의 경우, 조사대상 기업 확대를 통해 적극 활용하기로 했다. 기업체감도 지도는 대한상공회의소가 전국 8000여개 기업을 대상으로 지자체별 행정행태, 행정시스템, 공무원태도 등 5개 분야 설문조사를 통해 만족도를 측정해 평가결과를 5단계로 등급화해 표시한 지도다.
오균 국조실 1차장은 "중앙정부가 규제개혁을 강력하게 추진해도 이를 집행·운영하는 지자체의 소극적인 행정행태는 변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많다"면서 "소극행정은 기업 입장에서 뇌물을 달라는 것으로 받아들이는 경우도 있어 부패의 원인이 되는 만큼 부패 소지를 사전에 차단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이날 실태 점검에서 적발된 규제남용 등 부당한 업무처리 사례 99건을 공개했다. 법령상 근거 없는 서류제출 요구 등 규제남용 21건, 법령을 위반한 과도한 입찰자격제한 등 부당한 진입규제·비용전가 22건, 행정소송·심판결과 미이행 등 처리지연 27건, 형식적·관행적 업무처리 등 무사안일 29건 등이었다.
대표적으로 A군은 '다가구주택(8가구) 신축' 민원에 대해 '6가구 이상 다가구주택 허가를 제한하라'는 기관장 지시가 있었다는 이유로 부당하게 반려 처분해 관련법령을 위반했다. B시는 '공장신설 승인 신청' 민원 등 4건에 대해 법령상 근거 없이 '주민동의서' 등을 부당하게 요구해 민원처리를 517일 지연시키기도 했다.
C군은 '토석채취허가 신청' 서류에 흠이 없는데도 담당자가 서류를 방치하다가 인사이동 등의 사유로 처리기한(30일)을 초과해 무려 441일 늦게 처리했다. D군은 폐기물관리법령에서 허용되지 않는 사업계획을 '적합하다'고 안내했지만, 해당업체는 공장을 신축한 뒤 허가를 받지 못해 상당한 경제적 피해를 입었다.
정부는 적발된 부당한 업무처리 사항은 해당 기관에 통보해 업무 담당자들을 관련 규정에 따라 엄중히 조치하고, 개선필요 사항은 해당기관과 협조해 신속하게 고쳐나갈 예정이다.
세종=조영주 기자 yjcho@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