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량 4~5m 이동, '음주측정거부' 처벌할 수 없어…"경사진 길 따라 움직였을 가능성"
[아시아경제 류정민 기자] 차량이 일부 움직였더라도 시동을 건 흔적이 없다면 '운전'으로 보기 어렵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2부(주심 대법관 김창석)는 다른 사람 승용차에 들어갔다가 음주운전 측정 거부 혐의로 기소된 김모(53)씨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6일 밝혔다.
김씨는 지난해 2월 충남 당진의 한 지업사 앞에 세워진 승용차에 들어갔고, 주인의 신고를 받은 경찰이 출동했다. 당시 차량은 원래 주차된 곳으로부터 4~5m 차량 이동한 상태였다. 경찰은 김씨가 안면이 붉고 언행도 정상적이지 않아 음주측정을 하려고 했지만, 김씨는 이에 응하지 않았다.
1심은 음주측정거부 혐의를 유죄로 판단해 벌금 500만원을 선고했다. 하지만 2심 재판부는 무죄로 판단했다. 김씨는 당시 자신이 소지하던 다른 승용차 열쇠를 이용해 승용차에 들어갔고, 오디오 전원에 불도 들어왔다. 하지만 시동을 걸어 차량을 운전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사건 이후 경찰이 수십차례에 걸쳐 해당 열쇠로 피해자 차량의 시동을 걸고자 했지만, 시동은 걸리지 않았다. 결국 피해자 차량이 어떤 이유로 움직이게 됐는지는 밝혀지지 않았다.
2심 재판부는 "자동차가 약간 경사진 길을 따라 앞으로 움직였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면서 "최초 주차된 위치에서 이동한 것만으로는 피고인이 이 사건 차량을 운전했다고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대법원도 "피고인에게 무죄를 선고한 것은 정당하다"면서 검찰의 상고를 기각했다.
류정민 기자 jmryu@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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