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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비의사라서 봐준다?"…데이트폭력 난무해도 처벌은 '솜방망이'

시계아이콘읽는 시간1분 22초

엽기적·잔혹 폭행에 사흘에 한 명꼴 사망하기도
법원은 '연인간 싸움'이라며 관대한 처분 많아
"연인 사이라도 폭력 엄벌할 법규 필요" 목소리


"예비의사라서 봐준다?"…데이트폭력 난무해도 처벌은 '솜방망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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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유제훈 기자, 원다라 기자] '데이트 폭력'이 뜨거운 사회적 관심사로 떠올랐다. 연인간의 엽기적 폭력 사례가 급증하고 있어서다. 폭력 자체만으로도 문제라는 시각이 많지만 폭력행위를 한 가해자에 대한 관대한 처분까지 더해지며 논란은 증폭되고 있다.

조선대 의학전문대학원에 재학 중인 박모(34)씨와 연인간에 벌어진 최근 사례가 대표적이다. 법조계에 따르면 조선대 의학전문대학원(의전원)에 재학 중인 박 씨는 지난해 3월 잠결에 전화를 받은 여자친구 A씨를 '무성의하게 전화를 받았다'는 이유로 4시간30분가량 감금한 채 주먹과 발로 폭행했다.


전형적인 '데이트 폭력'에 해당한다. 하지만 법원은 폭행 혐의(상해)로 기소된 박씨에게 1200만원의 벌금형만을 선고하고 풀어줬다. 검찰이 보강수사까지 나서 징역 2년을 구형했지만, 솜방망이 처벌에 그친 것이다.

특히 법원은 "의학전문 대학원생으로 집행유예 이상이 나올 경우 학교에서 제적될 가능성이 있다"며 "피해자는 약 3주간의 치료가 필요, 상해 정도가 아주 중한 편은 아니다"고 양형사유를 밝혀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오랜 시간동안 무자비하게 맞아 생명을 잃을 뻔한 위기에 처했던 여학생은 가해자와 함께 학교를 다녀야 하는 처지에 내몰렸다. 피해자는 수강 등 일상생활이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누리꾼들은 법원이 온정적인 판결을 내렸고 의전원도 가해학생을 격리하지 않았다며 일제히 강력하게 성토하고 나섰다. 이에 의전원은 1일 뒤늦게 박 씨를 제적 처분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하지만 데이트 폭력에 대한 가벼운 처벌은 비단 '예비 의사'에만 해당하지 않는다.


성폭력상담소를 운영하는 한국 여성의 전화 관계자는 "데이트 폭력 사건을 보면 가해자가 실형을 받는 경우는 드물다"며 "일반 상해보다 데이트 폭력에 대한 형량이 현저히 낮은 것이 현실"이라고 말했다. 실제 상당수 데이트 폭력 가해자들이 대부분 2년 미만의 가벼운 형을 받거나, 심지어 기소유예에 그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이에 전문가들은 가해자에 대한 처벌과 피해자 보호를 위한 법적 기반이 보다 강화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특히 애인의 폭력전과 등을 조회할 수 있도록 규정하는 영국의 '클레어법(전 남자친구에게 살해된 여성의 이름을 딴 법)'을 참고할 수 있을 것이란 조언도 나온다. 연인 간 폭력을 '사적 영역'으로 치부하는 사회인식 역시 변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국회에서는 데이트 폭력을 예방하기 위한 법안이 마련되고 있다. 현재 국회 법사위에는 스토커에 대해 최대 5년 이하의 실형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스토킹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안'등 관련 법안 3개가 계류 중이다. 하지만 이 법률안들은 아직 소위원회 심의조차 받지 못한 상태다.


한편 남인순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올해 국정감사 때 경찰청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5년간(2010년~2015년8월) 전국에서 연인 사이에 발생한 살인사건은 하루 평균 0.3건, 상해 7.8건, 강간ㆍ추행 1.2건에 달했다. 데이트 폭력을 참고 넘어가거나 숨기려는 이들이 많다는 점을 감안하면 실제로는 더 많을 것으로 추산된다.


'데이트 폭력에 있어 피해자 보호방안'이란 논문을 낸 류병관 창원대 법학과 교수는 "현행법상 가족구성원이 아닌 연인 간의 데이트 폭력은 보호받지 못하고 있다"며 "가해자가 피해자의 집, 학교, 직장 등을 모두 알고 있게 마련인 만큼 2차 피해까지 막을 수 있도록 법적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




유제훈 기자 kalamal@asiae.co.kr
원다라 기자 supermo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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