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은정 기자] 인터넷전문은행의 등장에 시중은행은 바짝 긴장하고 있다. 대표적인 규제산업인 금융업종에서 23년만에 등장하는 라이벌인 인터넷전문은행이 문을 열면 금융 소비자는 은행 점포를 방문하지 않고도 기존의 다양한 금융 서비스를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다.
사실 지난 23년간 신규 은행 탄생이 없었다는 점을 뒤집어 보면 금융산업 내 경쟁이 그만큼 취약했다고 해석할 수 있다. 그동안 제1ㆍ2금융권간 비즈니스 모델에 차별성이 거의 없었는데 새로운 서비스로 무장된 인터넷전문은행이 등장할 경우 서비스와 고객군의 이동폭이 커질 수 있게 된다. 당연히 은행간 경쟁은 치열해질 수 밖에 없다.
가장 변화가 기대되는 분야는 대출상품 시장이다. 인터넷전문은행의 출범 후 중금리 대출시장이 활성화된다면 은행권 전체의 대출 상품과 고객 심사 관행도 바뀔 수 있다. 지금까지 은행은 신용대출을 신청한 고객이 별도 담보가 없거나 소득이 부족하면 대출을 거절하거나 대출금리에 고금리를 적용해 왔다. 하지만 인터넷전문은행이 각종 빅데이트를 활용한 고객 신용 등급 기준안을 만들어 10%대의 경쟁력 있는 중금리대출 상품을 출시하면 시중은행은 물론 카드ㆍ저축은행ㆍ대부업체 등 제2 금융권의 대출 상품 변화도 불가피해진다. 이 과정에서 금융 소비자의 편익은 자연스럽게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시중은행들의 움직임은 벌써 감지되고 있다. 신한은행은 다음달 2일경 모바일뱅크 써니뱅크를 출시하고 중금리대출 상품을 선보이고 KEB하나은행도 내달 중 원큐뱅크를 선보이고 중금리대출 경쟁에 뛰어들 계획을 내놨다.
이와 함께 금융회사와 ICT(정보통신기술)기업, 핀테크 업체 등의 제휴를 통한 금융산업의 신성장동력 창출도 인터넷전문은행이 가져올 기대 요인이다. 카카오뱅크, K뱅크의 경우 핀테크 혁신 기업들의 적극적인 참여가 가능한 오픈금융 플랫폼을 운영할 계획이다. 이들은 기존 금융사에서는 만나볼 수 없었던 다양하고 특화된 핀테크 기업의 혁신 서비스와 고객을 연결해주는 허브 역할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미래 수익원 창출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인터넷전문은행에 참여하지 않는 KEB하나은행과 신한은행, NH농협은행 등은 핀테크를 활성화시켜 대응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인터넷전문은행이 은행산업의 경쟁을 촉진하는 자극제 역할을 한 것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인터넷전문은행의 출현으로 효율 경영의 성과가 나타나면 은행 상품의 다양화는 물론 조직 개편도 탄력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은정 기자 mybang2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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