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성기호 기자]김영삼 전 대통령의 '정치적 상주'를 자처했던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와 서청원 최고위원이 26일 김 전 대통령의 영결식을 끝으로 여의도 정치 무대로 복귀했다. 그동안 당내 공천 룰과 공천특별기구 인선을 두고 치열하게 다퉈왔던 두 사람이지만 국가장 기간 동안에는 갈등을 자제해 왔다. 하지만 내년 20대 총선이 눈앞이라 여당 내 공천 갈등은 당장 이번 주부터 불붙을 전망이다.
두 사람은 김 전 대통령의 서거 다음날인 23일 새누리당 최고위원회에 참석해 여러 차례 귓속말을 나누는 모습을 보였다. 김 전 대통령의 서거 이전 당내 공천권 갈등으로 눈길도 마주치지 않았던 모습과는 딴판이었다. 두 사람은 이날 회의에서 김 전 대통령이 유언으로 남긴 '화합과 통합'을 여러 차례 강조했다.
여당내 일각에서는 이번 국가장이 두 사람의 갈등을 해소할 기회라는 바램도 있다. 하지만 두 사람 사이에는 아직 어색한 모습이 곳곳에서 목격됐다. 김 대표와 서 최고위원은 빈소에서도 별다른 대화를 나누지 않았고 조문객도 따로 맞이했다.
급기야 서 최고위원은 25일 여권 내 김 전 대통령 재평가 움직임에 대해 "저분이 어려울 때 퇴임하시고 병원에 2년 반 이상 그렇게 있을 때 (아무것도 안하던) 인사들이 언론을 통해서 그렇게 말하면 안 된다. 없어져야 한다"고 쓴 소리를 했다.
서 최고위원은 "(김 전 대통령과 큰 인연이 없는데도) 언론을 통해 그런 얘기를 하는 것은 도리가 아니다"라며 "돌아가신 분에게 경우가 (아니다)"고 불편한 심기를 나타냈다.
서 최고위원의 이 같은 발언은 정확하게 짚지는 않았지만 김 대표를 겨냥 한 것으로 보인다. 김 전 대통령 서거 후 김 대표를 비롯해 일부 야당 원들은 김 전 대통령의 업적이 저평가됐다며 민주화와 개혁의 성과를 제대로 평가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해 왔었다.
당초 친박(친박근혜)은 이번 주 최고위원회의에 공천특별기구 구성 안건을 상정할 예정이었다. 19일 원유철 원내대표가 주선한 3자회동에서 서 최고위원이 "3인 모임 필요 없고 모든 것은 다시 최고위원회의에서 논의하는 것으로 하자"고 말했기 때문이다.
친 박의 입장에서는 내년 총선에 자신의 계파 의원 다수를 여의도에 입성시키기 위해 마냥 시간을 끌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기존 의원들을 밀어내고 친박 정치신인을 대규모로 지역구 공천을 하기 위해서는 하루 빨리 공천룰 확정과 선거구획정을 이뤄 공식적인 선거운동에 들어갈 시간을 벌어줘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고위에서 수적으로 밀리는 김 대표 쪽이 의원총회를 통해 공천특별기구 인선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 김 대표와 서 최고위원의 줄다리기는 '통합과 화합'이라는 김 전 대통령의 유언에도 앞으로도 계속 될 전망이다.
성기호 기자 kihoyey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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