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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래소 상장차익 1兆 토해내라는 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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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유인호 기자]지난 24일 국회 정무위원회 4차 법안심사소위원회에서는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개정안 논의가 한창이었다. 개정안의 핵심은 한국거래소의 상장 근거를 마련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이 논의는 김기식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한국거래소 기업공개에 따른 상장 차익을 1조원으로 환산해서 이에 맞는 사회환원 방안을 내놔라"고 요구하면서 더 이상 진척되지 못했다. 한국거래소가 공공재 역할로 돈을 벌고 상장까지 하니 그 차익을 사회에 환원해야 한다는 게 김 의원의 논리였다.

1조원은 거래소 순자산(2조1000억원)의 절반에 가까운 돈이다. 아무리 상장이 급하다 해도 이를 바로 수용하기는 어려울 수밖에 없다. 엄연히 주주들이 있는 주식회사인 거래소 입장에서 자산의 절반을 기부한다는 건 법에 걸릴 수도 있는 일이었기 때문이다. 김 의원의 요구에 거래소는 즉각 자문 법무법인인 태평양과 김앤장에 1조원 사회환원 방안이 법에 저촉되는지 여부를 문의했다. 돌아온 답은 "업무상 배임에 해당된다"였다.


최경수 거래소 이사장은 주요 주주사와 금융투자협회에 도움을 요청했다. 25일 오후 최 이사장을 비롯해 황영기 금융투자협회장, 유상호 한국투자증권 사장, 김원규 NH투자증권 사장 등 유관 단체 기관장과 최고경영자들은 긴급 회동해 대책을 논의했다. 결론은 나지 않았다.

구체적인 대응 방안조차 나오지 않았다. 예정대로 거래소의 지주회사 전환 작업이 이뤄질 수 있도록 국회 설득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는 원론적인 의견만 나왔을 뿐이다.


상황이 이렇게 돌아가자 거래소와 금융투자업계 안팎에서는 김 의원 등 정치권의 발목 잡기로 거래소의 지주회사 체제 전환과 기업공개, 금융투자시장 선진화는 물 건너갔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법을 만드는 의원들이 내년 총선을 앞두고 표심을 의식해 거래소의 배임죄를 부추기면서까지 무리한 요구를 한다는 것이다. 김 의원이 요구한 1조원은 예탁결제원 지분 70%와 코스콤 지분 76.6% 지분 중 26.6%를 평가한 금액이다.


거래소 고위 관계자는 "경영진이 독단적으로 결정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며 "상장차익과 관련해서 미리 제출할 경우 증권사 경영진들은 배임문제까지 불거질 수 있다"고 말했다.


결국 정치권의 발목 잡기에 거래소의 지주회사 체제 전환은 무기한 지연될 위기에 놓였다. 26일 열린 최종 법안심사소위에서도 통과되지 못했다. 이제 다음 달 임시국회 등이 열리지 않는 이상 이번 정기국회에서 해당 개정안이 처리되기는 사실상 불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유인호 기자 sinryu007@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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