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지펀드 원유 매도포지션 연중 최대치 기록
[아시아경제 박병희 기자] 다음주 석유수출국기구(OPEC) 회의를 앞두고 헤지펀드들의 원유 파생상품 매도 포지션 규모가 올해 최대 수준을 나타내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헤지펀드들은 OPEC이 감산 대신 산유량 동결을 택할 것으로 예상하고 유가 하락에 강하게 베팅하고 있는 셈이다.
현재 헤지펀드들이 뉴욕과 런던 시장에서 보유하고 있는 원유 매도 포지션 규모가 세계 원유 소비량의 3.5일치가 넘는다고 파이내셜 타임스(FT)가 24일 보도했다.
런던 시장에서 북해산 원유 선물·옵션 매도 포지션 규모는 지난해 10월 이후 가장 많은 1억4100만배럴 수준이다. 매도 규모는 지난 한 주동안 25% 급증했다. 뉴욕 시장에서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옵션 매도 포지션 규모도 10월 초 이후에만 60% 가량 급증해 현재 거의 2억배럴에 육박하고 있다.
헤지펀드들의 대규모 매도 포지션은 OPEC 입장에서도 껄끄러울 수 있다. 헤지펀드들이 예상하는대로 산유량 동결을 택할 경우 유가 급락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OPEC이 예상 외의 결정을 한다면 대규모 매도 포지션이 강력한 유가 반등을 이끄는 요인이 될 수도 있다. OPEC 회의 후 헤지펀드 예상과 달리 유가가 반등한다면 헤지펀드들은 손실을 줄이기 위해 매도 포지션을 청산해야 하고 이 과정에서 원유 파생상품 매수가 이뤄지기 때문에 유가가 급반등할 수도 있는 것이다.
페트로매트릭스의 올리버 제이콥 컨설턴트는 OPEC이 과거에 시장을 놀래켰던 점을 지적하며 OPEC 회의 결과에 대해 여러 가능성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그는 시장의 전반적인 분위기가 유가 하락에 맞춰져 있지만 이미 유가가 너무 낮다고도 말했다.
일부 시장 관계자들은 지난 8월말 유가가 3일동안 29%나 가파르게 반등했던 기억을 떠올리기도 한다. 삭소 뱅크의 올레 한센 애널리스트는 "8월 말의 급반등이 아직도 잊혀지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OPEC의 맹주인 사우디아라비아는 현재까지 별 입장에 변화가 없는 상황이다. 사우디아라비아는 이번주 정례 각료회의를 마친 후 공개한 성명에서 OPEC의 일방적인 감산을 없을 것이며 비(非)OPEC 회원국들이 감산에 동의하면 감산을 수용할 수 있다는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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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병희 기자 nu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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