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경호 기자]중국에서 인기를 모으고 있는 토종브랜드들은 대체로 수입산 또는 외국명품을 모방하거나 일정 수준의 품질에 값싼 전략을 구사하는 공통점을 가진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중국인들의 기호와 선호에 적극 대응해 품질과 가격 모든 면에서 경쟁력을 갖춘 브랜드들도 인기를 누리고 있다.
24일 KOTRA상하이무역관과 중국 언론 등에 따르면 각 업종별로 토종 브랜드의 성공전략이 차이를 보이고 있다. 화장품ㆍ향수는 모방이 낳은 성공으로 요약된다. 현재 고급화장품 브랜드는 대부분 백화점에 입점해 있어 해외직접구매가 아니고서는 일반 소비자가 부담 없이 소비하기에는 어려운 위치에 있다.
중국에서 인기를 얻고 있는 현지 브랜드들은 해외 유명브랜드의 상표나 특징을 모방한 것들이 많다. 일반 소비자들은 비슷한 디자인과 저렴한 가격에 끌려 중국 화장품을 선택하는 비중이 높아지고 있다. 현지 브랜드 CHANDO는 일본 브랜드인 시세이도를 모방했음에도 중국 화장품 브랜드 톱 10에 들었다. 중국 현지 브랜드로 이름을 알리는 프로야(PROYA)와 메이후바(MEIFUBA)도 각각 프랑스 브랜드인 로레알과 랑콤을 모방했지만 일반 소비자들은 그 사실을 모르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가죽제품과 가방은 유럽 명품 가방 브랜드를 선호하는 중국인들을 겨냥해 성공한 경우다.셉트 울브스,레드 드래곤플리아, 골드라이온 등은 브랜드 네이밍부터 중국어보다는 영문 네이밍을 강조했으며, 상표 등록 역시 중국과 유럽에 동시에 등록해 유럽 브랜드임을 강조했다. 현재 중국 현지 인기 브랜드들은 현지에 적합한 유통전략을 적절히 구사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의류는 젊은층을 공략한 게 주요했다. 썬마, 이춘, 미터스본위 등은 해외 디자인 컨설팅을 통해 일반 이지캐주얼 브랜드와 차별화하고 있으며, 대형 플래그십 스토어 운영으로 고객들에게 브랜드로서의 이미지를 강하게 어필하고 있다. 이를 통해 통일적인 브랜드 콘셉트를 형성해 대형 매장에서 느껴지는 감성들을 공략하고 있다.또한 매년 유명 연예인들을 광고모델로 기용하면서 브랜드 인지도 급상승의 효과를 보고 있으며, 중국 신세대들에게 친숙한 브랜드로 각인시키는데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음료시장에서도 캔음료, 과즙음료, 차, 탄산음료, 기능성음료 등을 통틀어 와하하, JDB,솽후이 등이 토종 3강 체제를 구축했다. 중국 현지 음료 브랜드는 중국에서 빠르게 발전하는 업종 가운데 하나로 '소규모 단일 제품구조, 무질서한 경쟁'이라는 기존의 약점을 빠르게 개선하고 있다. 이에 따라 중국 음료시장도 수입 브랜드와 현지 브랜드의 각축장으로 변하고 있다.
자동차에서는 토종브랜드가 대약진하고 있다. 올해 BYD, 창청, 하푸 등은 토종 자동차시장점유율에서 각각 3.71%、2.75%, 2.64%을 차지해 톱 3체제를 형성했다. 중국 자동차공업협회에 따르면 올해 1~9월 중국 내 업체별 자동차 판매 순위에서 현대자동차는 5위권 밖으로 밀려나 6위에 그쳤다.
이들은 이른바 반값SUV같은 저가전략을 내세우면서도 품질이나 안전도 등 방면에서 대폭 개선됐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현지 브랜드는 SUV를 중심으로 시장을 주도하고 있으며, 중국 업체의 1~9월 SUV 판매량은 전년동기대비 무려 82%증가했다.
이에 비해 분유와 유제품은 토종브랜드의 영향력이 미치지 못하고 있다. 중국에서 판매되는 분유 중 60~70%는 외국브랜드이며 중국 소비자들은 아무리 가격대가 차이가 나도 현지 브랜드보다 해외 브랜드를 선호하고 있다. 국내 시장을 되찾으려는 중국 유제품 기업들에 있어 해외에서 제품을 생산해 다시 중국으로 수출하는 상황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토종브랜드들의 이런 약진에도 현지에서의 평가는 여전히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 환치우일보가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절반 이상(55.7%)이 현지 브랜드 제품에 만족한다는 반응을 보였으나 31.8%의 응답자는 아직 많은 개선점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2014년 대비 중국 현지 브랜드의 소비자 만족도는 하락했으며, 해외 브랜드에 비해 아직 부족한 점이 많다고 느끼고 있다.
KOTRA는 "현재 중국 소비재시장은 유럽산의 시장점유율 확대, 현지 제품의 품질경쟁력 향상 등으로 경쟁이 더욱 치열해지고 있어 우리 기업 역시 판매량을 늘리고 마진을 높이기 위해 집중했던 기존의 전략만으로는 높아진 시장 문턱을 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이경호 기자 gungh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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