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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블로그]자동차보다 짧은 면세점 유통기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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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초희 기자]90년대 중반, 대한민국 사람들을 저녁시간 마다 TV 앞에 불러 모았던 전설적인 드라마가 있었다. "나 떨고 있니"라는 최민수의 낮은 대사 한마디에 전율을 느끼지 않았다면 외국인이거나 아니면 외국에 살았던가 둘 중 하나일 것이다.


모래시계에서 최민수만큼 강렬했던 또 하나의 캐릭터는 카지노 재벌 '윤 회장'이었다. '어르신'이라 불리는 최고 권력자에게 검은 돈을 상납하고 그 댓가로 막대한 이권이 걸린 카지노 사업을 독점하는 인물이었다.

드라마 속 정치권력은 카지노 사업권을 윤 회장이나 그의 경쟁자에게 줬다 뺐었다하며 생사를 쥐고 흔든다. 드라마 속 날고 기는 폭력조직의 보스나, 수천억원의 현금다발을 쌓아 둔 재벌들도 권력의 폭력성 앞에서는 '찍소리'도 못한 채 숨을 죽였다.


그 당시 카지노처럼 요즘 가장 '핫'한 업종이 면세점이다. 지난해 거둬들인 매출만 8조3000억원이다. 매출의 70% 이상은 외국인의 지갑에서 나왔다. 국내 면세점을 이용한 관광객의 70% 이상이 중국인을 포함한 외국인 관광객이다. 우리는 어렸을 때 부터 '한국은 기름 한 방울 안나는 나라이기 때문에 수출만이 살길'이라는 말을 금과옥조처럼 듣고 자랐다. 외화벌이는 우리나라 경제의 절대명제였다. 이런 측면에서 면세점은 정부가 대 놓고 밀어줘도 모자랄만큼 효자 사업이다.

그런데 요즘 면세점이 문제다. 관세청이 사업자들에게 줬던 '면허'를 줬다 뺐었다 하고 있기 때문이다. 롯데는 3000억원이나 쏟아부은 월드타워 면세점 면허를 박탈당했다. 직원들은 하루 아침에 직장을 잃을 위기에 처했다.


면세점 사업권을 놓고 증시가 출렁일 정도로 파급효과가 컸지만 관세청은 누가 몇 점을 따서 어떻게 사업권을 박탈당하고, 획득하게 됐는지도 공개하지 않았다. 게다가 앞으로 5년마다 한 번씩 이런 일을 겪어야 한다. 수조원이 오가는 사업의 유통기한이 웬만한 자동차 교체 주기보다도 빠른 셈이다.


자유경제체제하에서 '관치'가 필요한 것은 기업의 이익논리가 국민들의 안녕한 삶을 위협할 때다. 면세점 사업은 그냥 내버려 둬도 수조원대 외화를 벌어들이는 일이다. 이를 정부가 쥐고 흔들겠다는 관치 강박증은, 모래시계에서 카지노 사업권으로 주인공들의 생사여탈권을 좌지우지 하던 정치권력을 떠올리게 한다.


기업들은 자신들이 막대한 자금을 쏟아부은 면세점 사업을 정부가 '깜깜이' 식으로 뒤집어엎어도 한 마디 항변조차 못한다. 최소한 '내가 뭘 잘못했습니까'라는 질문도 못할 만큼 관치의 폭력성에 짓눌려 있기 때문이다.


면세점 사업은 한국을 찾는 관광객들에게서 수익을 거둬들이는 사업이다. 다른 나라와 달리 굳이 우리만 규제를 강화해야겠다면 적어도 국민과 업계가 납득할 수 있어야 한다. 매출이 적은 사업자를 컷오프 하던, 내국인 이용비중이 가장 많은 곳을 폐쇄하던 최소한 사업의 본질에 걸맞는 기준에 따라야 한다는 얘기다. 다 귀찮으면 차라리 입찰로 돈 받고 사업권을 팔아라. 재원도 늘리고 돈들인 사업자들은 더 열심히 일 할테니 말이다.




이초희 기자 cho77love@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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