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들의 내년 경제 전망이 매우 어둡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매출액 기준 600대 기업을 대상으로 실시해 어제 내놓은 '2016년 경영환경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기업의 90%가 내년도 경제성장률을 3.0% 미만으로 예상했다. 대부분의 기업이 정부, 한국은행 등 주요 기관의 전망치인 3.0~3.3%를 달성하지 못할 것으로 본 것이다. 특히 절반 이상이 2.5% 미만에 그칠 것으로 전망했다. 기업들이 미래에 대해 낙관론을 펼치는 경우는 거의 없다는 걸 감안하더라도 내년 경제에 대한 기업들의 불안이 매우 크다는 것을 보여준다.
내년 우리 경제에 예상되는 내외의 장애물과 위험요인들을 생각하면 기업들의 우려는 당연해 보인다. 기업들이 꼽은 것처럼 내수 부진, 중국 등 신흥국의 성장 둔화, 미국 금리인상 및 국제금융시장 불안정, 환율 및 원자재가 변동성 심화 등 악재가 한둘이 아니다. 성장(30%)보다는 '사업 구조조정 등 경영내실화(41%)'에 주력하겠다는 응답 결과에서 나타나듯 기업들이 내년 경영전략을 보수적으로 잡을 만하다.
이 같은 소극적 태도가 투자와 고용 위축으로 이어질까 먼저 걱정이다. 올초에 많은 기업들이 '어려운 상황이지만 과감하고 선제적으로 투자하겠다'고 밝혔던 것과 같은 적극적인 자세가 아쉽기도 하다. 그럼에도 기업들의 불안감에서 경제주체들에게 비상한 각오를 주문하는 경고를 읽을 필요가 있다. 특히 경제정책을 펼치는 정부가 이 같은 실물과 현장의 분위기를 제대로 감지하고 있는지 살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정부에게서 느껴지는 긴장감이나 위기감은 아직 현장과 꽤 거리가 있는 듯하다. 예컨대 그제 폐막한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한국의 구조개혁 성과가 G20 중 2위로 나타난 것에 대해 대통령과 경제부총리가 득의에 찬 모습을 비친 것에서도 그 같은 간극이 보인다. 얼마 전 한국을 '기업하기 좋은 나라 세계 4위'라고 한 세계은행의 발표나 한국의 재정건전성이 아주 양호하다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분석에 대해 보인 반응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정부가 해외에서의 우호적인 평가를 혹여 경제 운용에 대한 완벽한 성적표로 보려 한다면 그건 오독(誤讀)이다. 이들 평가는 우리 경제의 체형이나 기초체력에 대한 것일 뿐 경제가 얼마나 활발한 신진대사로 체감할 만한 실질적 성과를 내는지는 별개의 문제다. 경제에 대한 자신감을 불어넣으려는 점은 이해가 가지만 보고 싶은 것만 보려는 태도로는 근본적인 문제를 풀 수 없다. 그런 시각이어선 현장과 정책 간의 괴리로 이어지기 십상이다.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