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조유진 기자] BNK금융지주가 대규모 유상증자 직후 20% 이상 급락 출발했다. 증권사들은 갑작스러운 대규모 유증의 배경을 이해할 수 없다며 부정적 의견을 쏟아냈다.
18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전날 BNK금융지주는 742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 계획을 발표했다. 조달자금은 자회사인 부산은행ㆍ경남은행 출자(6600억원)와 비은행부문 영업재원(820억원)으로 활용될 계획이다.
이번 증자의 가장 큰 목적은 바젤III 도입에 따른 보통주 자본확충이다. 9월말 기준 BNK금융지주의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보통주 자본비율은 7.30% 수준이다. 이번 유증을 통해 보통주 자본비율은 1%포인트 정도 개선될 전망이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감독규정에 따른 보통주 자본비율 최저수준을 이미 충족한 상황에서 대규모 유증에 나선 배경을 두고 "의아하다"는 반응이다. 2019년까지 점진적으로 상향되는 최저 자본비율을 감안해도 시기적으로 성급한 결정이 아니냐는 지적이다.
BNK금융지주는 대형은행(D-SIB) 규제 적용 대상이 아니어서 경기대응완충자본(2.5%)의 추가 도입을 감안해 2019년까지 보통주 자본비율을 9.5%로 끌어올리면 된다. 금융지주 담당 한 애널리스트는 "자체적인 노력을 통한 자본비율 개선 역량 확인이 먼저 이뤄졌다면 유증에 따른 부정적 영향을 최소화할 수 있었던 만큼 유증 단행 시점에 의문이 든다"고 말했다.
추가적인 유증을 각오해야 한다는 분석도 나왔다. 김재우 삼성증권 연구원은 "향후 주가 하락으로 유증 규모가 감소하거나 자본비율 개선 속도가 더뎌 보통주 자본비율 요구 수준 9.5% 하회할 경우 추가적인 유증 가능성이 재차 불거질 수 있다"고 짚었다.
투자자들의 반응도 싸늘했다. 이날 오전 9시29분 현재 BNK금융지주는 20.95% 내린 9960원을 기록 중이다.
예상밖의 증자 배경을 두고 시장 일각에서는 "최저 자본비율 7% 이상을 요구하는 비공식적인 압박이 있지 않았겠느냐", "대출을 늘리기 위한 선제적인 작업이 아니냐"는 식의 다양한 해석이 나왔다. 반면 "규제와 무관하게 코코본드 등 보완자본 마련에 보통주 자본비율이 걸림돌로 작용했다는 점이 증자의 배경으로 작용했을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이번 유증 물량이 전체 주식수의 27.35%에 달하는 대규모인 만큼 주주가치 훼손은 불가피하다. 신주 발행에 따라 주당순이익(EPS)은 22%, 주당순자산(BPS)은 13%, 자본증가로 인한 자기자본이익률(ROE)도 1%포인트 이상 하락할 것으로 추정된다.
증자에 따른 주가 단기 조정과 내년 실적 추정치 하향 조정을 반영해 증권가에서는 목표주가를 줄하향 하고 있다. 이날 오전 한국투자증권이 1만6000원으로 24% 내렸고, 이베스트투자증권은 기존 2만원에서 1만5500원으로 22.5% 내렸다.
조유진 기자 tin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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