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닐라=아시아경제 신범수 기자] 박근혜 대통령이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를 통한 역내 경제통합 필요성을 강조하고 동시에 강한 주도 의지도 드러냈다. APEC이 중국 중심으로 추구하는 아태자유무역지대(FTAAP) 실현에 무게를 둔 것인데, 이와는 별개로 박 대통령은 미국 주도의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에도 가입 의사를 타진해 놓은 상태다. 안보뿐 아니라 경제 분야에서도 강대국 간 '균형자' 혹은 '딜레마'라는 선택의 어려움이 그대로 묻어나고 있다.
APEC 정상회의 참석차 필리핀 마닐라에 머물고 있는 박 대통령은 APEC 사무국과의 사전 인터뷰에서 "APEC이 제시해야 할 방향"에 대해 "지구촌의 새로운 도전에 실효적인 정책 대안을 제시하는 아태지역의 가장 중요한 협의체로서, APEC의 유용성을 더욱 높여나갈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그는 또 "한국은 역내 개도국들에게 자유무역협정(FTA) 협상 경험을 공유하는 '역량강화 사업'을 실시하고 있는데, 이는 FTAAP 실현에 장애요인으로 지적되고 있는 선진국-개도국 간 협상 역량 격차 해소에 기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국, 일본 등 12개국이 참여하는 TPP가 2017년 발효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논의가 먼저 시작된 FTAAP는 아직 연구단계에 머물고 있다. 그 전(前)단계인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 타결도 여전히 안갯속이다. TPP가 FTAAP에 앞서 지역 경제패러다임을 규정할 경우, 아시아 태평양 내 경제 리더십은 미국 쪽으로 크게 기울 가능성이 높아진다.
박 대통령은 18일 APEC에서의 첫 공식일정으로 캐나다ㆍ필리핀 정상과 양자 회담을 가졌다. 박 대통령은 지난달 집권한 저스틴 트뤼도 캐나다 총리와 경제현안ㆍ지역정세 등 글로벌 이슈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다. APEC 주최국인 필리핀의 베니그노 아키노 3세 대통령과는 국방ㆍ방산을 포함한 경제 분야에서 협력을 더 강화하기로 했다.
박 대통령은 이어 APEC 기업자문위원회(ABAC)와의 대화에 참석해 아태지역 성장, FTAAP 실현방안 등을 토론한다. 토론은 5개 그룹으로 나뉘어 진행되는데 박 대통령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등과 함께 1그룹에 속했다. 박 대통령은 이어 중남미 4개국 협의체인 '태평양동맹'과의 비공식 대화에 참석한 뒤 환영만찬에서 APEC 전통에 따라 주최국 고유의상을 입고 21개 회원국 정상들과 어울릴 예정이다. APEC 정상회의는 19일 본회의인 리트리트 1, 2를 개최한 후 정상 성명서를 채택하고 폐막한다. 박 대통령은 20일 아세안(ASEAN)+3(한ㆍ중ㆍ일) 정상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로 이동한다.
마닐라(필리핀)=신범수 기자 answe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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