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조목인 기자]파리 테러 용의자 중 2명이 그리스에서 난민 등록 후 프랑스로 입국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AFP통신 등이 1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에 따라 유럽연합(EU)의 난민 정책도 시험대에 오를 전망이다.
그리스의 니코스 토스카스 시민보호부 장관은 공식 성명에서 "테러 현장에서 발견된 여권 소지자가 지난달 3일 69명의 난민과 함께 그리스 레로스 섬에 들어왔다"며 "그는 유럽연합(EU) 규정에 따라 신원이 확인됐다"고 말했다. 다만 난민들이 유럽으로 오려고 시리아 여권을 위조하는 사례가 많아 여권의 진위는 조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프랑스 경찰은 공연장 바타클랑 극장의 테러 용의자 시신 근처에서 여권을 발견했다고 말했다. 파리 11구 볼테르 가에 있는 바타클랑 극장에서는 89명이 목숨을 잃어 연쇄 테러가 난 6곳 가운데 피해가 가장 큰 곳이다.
경찰이 극장에 진입했을 때 용의자 3명은 폭탄 벨트를 터뜨려 자살했으며, 나머지 1명은 경찰에 사살됐다.
AFP통신은 그리스 경찰 소식통을 인용해 다른 용의자도 올해 8월 그리스에서 난민 등록을 마치고 레로스 섬을 거쳐 간 것으로 지문 확인 결과 밝혀졌다고 전했다.
올해 들어 그리스를 거쳐 유럽에 입국하는 시리아 등 중동 난민이 급증한 가운데 그리스를 비롯한 유럽 당국자들은 터키에서 넘어오는 난민들 중 '이슬람국가(IS)' 등 지하디스트들이 위장해 잠입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해왔다.
이번 파리 테러는 유럽 각국의 난민 통제를 가속화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파리 테러가 발생하기 전부터 이미 유럽 국가들에서는 난민 대책을 강화하는 움직임이 나타났다.
이런 상황에서 발생한 파리 테러로 물밀듯이 밀려오는 난민을 통제해야 한다는 주장은 더욱 힘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
폴란드 정부는 파리 테러가 발생하자 난민을 더는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폴란드 등 동유럽 국가들은 역내 난민들을 회원국이 나눠서 수용하자는 EU의 난민 정책에 반발한 바 있다.
특히 이번 테러가 이슬람 극단주의자의 소행이라는 점이 확실해지면서 이슬람 혐오증(이슬라모포비아)이 다시 거세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AP통신은 "난민 정책을 오랫동안 반대한 극우세력뿐만 아니라 독일 국내외에서 난민 정책에 회의론이 생길 것"이라고 전했다.
불똥은 미국에까지 튀어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시리아 난민 수용계획에 집중포화가 쏟아졌다. 오바마 행정부는 인도주의적 정책의 하나로 2016년 회계연도에 시리아 난민 1만명을 수용하고 규모를 늘려나간다는 방침을 확정했다.
미국이 난민을 수용하는 과정에서 파리 테러에서처럼 난민을 가장한 IS테러리스트들이 침투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면서 오바마 대통령이 난처한 처지에 놓였다.
조목인 기자 cmi072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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