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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감현장]광군제 대박몰이…마윈은 카라얀과 닮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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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박선미 기자]베를린 필하모닉이 세계 최고의 오케스트라로 자리매김한 데에는 35년간 지휘봉을 잡은 헤르베르트 폰 카라얀(1908~1989)의 공이 컸다. 카라얀은 연주자들이 내는 악기 소리를 하나로 묶는 지휘자 본연의 역할에도 충실했지만 또 다른 능력이 있었다. 바로 트렌드를 읽고 이를 비즈니스와 접목시키는 힘이었다.


1940년대 후반 LP시대가 막 열리려 할 때 많은 지휘자들은 '레코딩은 죽은 음악'이라며 음반 녹음을 거부했다. 카라얀은 달랐다. 음반의 무한한 가능성을 알아채고 녹음에 열중했다. 1980년대 CD시대가 도래할 때 CD의 음색이 기계적이라는 클래식계의 비판에도 그는 CD 녹음에 앞장섰다. 카라얀의 앞을 내다본 결정 덕에 베를린 필의 음반은 지금도 클래식 음반의 주류로 평가된다.

중국 광군제(光棍節ㆍ11월11일)가 세계 최대 '쇼핑의 날'로 부상하는 것을 지켜보며 카라얀과 마윈(馬雲) 알리바바 회장이 비슷한 능력을 지녔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마윈 회장은 중국의 인터넷 사용자 수, 모바일 사용자 수가 세계 최대가 될 것이라 예견하고 광군제 행사의 판을 키웠다.


마윈 회장은 적극적인 행사 홍보와 편리한 결제시스템을 구축하고 싸게 제품을 사려는 소비자와 5000여개 해외 브랜드를 연결시켰다. 그의 생각은 맞았고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알리바바가 광군제 당일 올린 매출액은 912억위안(약 16조5000억원)이다. 전체 거래의 68%는 모바일기기를 통해 이뤄졌다.


중국 정부는 베이징 올림픽 경기장을 광군제 축제의 장으로 내주며 측면지원했다. 민관의 손발이 척척 맞았다.


얼마 전 끝난 코리아 블랙프라이데이 행사와 이번 광군제를 비교해 보면 마윈 회장과 같은 지휘자 부재가 절실히 느껴진다. 역직구 전략에도 불구하고 '메이드 인 코리아' 제품이 전 세계인들의 지갑을 공략하지 못하는 이유는 여기에 있을 것이다.




박선미 기자 psm82@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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