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최일권 기자] 중국 항저우에 있는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 기업인 알리바바 본사. 그곳의 회의실 한켠에는 마윈 회장을 비롯한 임직원들 사진이 여러 장 붙어 있다. 그 가운데 눈길을 끈 것은 1999년 알리바바를 창업할 당시 마윈과 18명의 동료들이 일제히 물구나무 자세를 취한 사진이다.
다소 특이한 사진이라 관심을 끌기에 충분했다. 이내 옆에 있던 알리바바 직원이 "세상을 다르게 보도록 노력하는 모습"이라고 설명했다. 아마도 '발상의 전환'을 온몸으로 표현한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알리바바는 초심을 중요하게 여기는 기업이기도 하다. 본사 앞 너른 마당에는 고개숙인 남자 모양의 거대 동상 3기가 자리잡고 있다. '항상 겸손해야 한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고 한다.
경제전문가들은 알리바바의 성공 비결로 중국의 온라인시장 급성장을 단연 첫번째로 꼽는다. 하지만 그의 철학도 기업 성장에 일정 부분 이바지했음에 틀림없다.
발상의 전환은 중국 서부 오지 지역 사람들이 알리바바의 온라인 장터에서 물건을 내다팔거나 구매할 수 있게 했고, 기술은 있지만 자유롭게 움직일 수 없는 장애인들도 마우스 클릭만으로 장터를 활용해 수입을 창출하도록 만들었다. 삼성과 네이버를 긴장시킨 '알리페이'라는 소액결제 서비스도 바로 '발상의 전환'에서 비롯됐다.
알리바바의 임직원 숫자는 설립 당시 19명에서 16년이 지난 올해 전세계 3만4985명으로 급증했고 사업영역도 전자상거래에서 클라우드컴퓨팅, 기업마케팅, 소액대출까지 확대했다. 올 2분기 이 회사의 영업이익은 우리돈으로 약 5조8000억원에 달한다.
'발상의 전환'은 비단 알리바바만의 사례는 아니다. 최근 들어 중국 IT기업들은 큰 폭의 혁신 행보를 보이고 있다. 한때 애플의 짝퉁이라는 오명을 쓴 샤오미는 이제 '대륙의 실수'를 넘어 소유하고 싶은 제품을 만드는 매력적인 회사로 거듭나고 있다. 소비자들을 전부 온라인마켓으로 끌어들인 흡인력 또한 대단하기 때문이다. 베이징이나 상하이 같은 인구 2000만명 이상의 거대도시에 샤오미 제품을 직접 눈으로 볼 수 있는 오프라인 매장은 세 군데에 불과하다. 오프라인 보다 온라인매장을 강화함으로써 중국 젊은이들의 소비문화까지 바꾼 것이다.
중국 IT기업의 혁신 속도는 상상 이상이다. 제조업 뿐 아니라 서비스산업에서도 우리보다 몇 발자국 앞서 성큼성큼 나아가는 모습이 보일 정도다. 자본주의 국가 보다 더한 자본주의를 실시하고 있는 중국 정부의 보이지 않는 지원도 중국 IT기업의 혁신에 힘을 보태는 요소다. 일례로 알리바바가 신규 사업으로 추진하는 소액대출은 금융당국의 규제 없이도 가능하다. 우리로서는 상상하기가 힘들다.
국내 IT기업의 기술력과 콘텐츠는 여전히 중국에서 매력적인 아이템이다. 그만큼 경쟁 우위에 놓여 있다는 뜻으로도 볼 수 있다. 하지만 지금과 같은 시절이 과연 얼마나 지속될 수 있을까. 혁신과 제도적인 뒷받침이 제때 이뤄지지 않는다면 중국 인터넷몰에서 중국 IT제품을 구매하기 위해 클릭할 날도 머지 않아 보인다.
최일권 기자 igchoi@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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