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동선 기자]지난주부터 전파를 탄 드라마 '응답하라 1988'이 초반 시청률 몰이를 하며 전작의 선풍적 인기를 뛰어넘을 기세다. tvN의 금토드라마 응답하라 1988의 첫회 시청률은 6.7%(닐슨코리아)였다. '응답하라' 시리즈의 첫편인 '응답하라 1997'이 0.7%로 시작해 7.5%로 끝나고, 뒤를 이었던 '응답하라 1994'가 2.7%로 시작해 11.9%로 종영된 것과 비교하면 '응답하라 1988'의 초반 기세가 돋보인다.
예능 프로그램 대세인 시대에 지상파도 아닌 케이블의 드라마가 이처럼 흥행몰이를 하는 것은 결국 '응답하라'가 담고 있는 콘텐츠와 메시지의 힘이다. '응답하라' 시리즈는 다양한 소품의 활용과 에피소드의 재연으로 향수를 자극하며 많은 이들의 공감을 얻고 있다. 우리가 잠시 잊고 있었던 따뜻한 가족애와 인간애를 끌어내면서 앞만 보고 질주해온 동시대인들에게 일종의 '쉼표'를 제공하고 있는 것이다.
이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최근 남북 관계도 여러 방면에서 흥행의 전조가 보이고 있다. 지난 8월 파국으로 치닫던 남북 긴장이 8ㆍ25 합의의 극적 타결로 분위기가 반전됐고 그 합의사항들도 차근차근 실천되고 있다.
8ㆍ25 합의사항 6개 조항 중 지뢰폭발에 대한 북측의 유감 표명, 남측의 확성기 방송 중단, 북측의 준전시상태 해제는 즉시 실천됐고 이산가족 상봉도 지난달 개최한 바 있다. 민간 교류도 활성화되고 있다. 잠정 집계된 지난달 방북 인원은 880여명으로 올 들어 9월까지 월평균 방북 인원(46명)의 20배를 넘을 정도다.
과거 남북 교류가 활발했던 때의 수준에는 아직 미치지 못하지만 남북관계의 냉각기간을 고려하면 최근 남북 간 교류에 물꼬가 트이고 있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그러나 8ㆍ25 합의사항의 대부분이 이행 수순을 밟고 있는 것과 달리 유독 당국회담의 개최 여부는 여전히 안갯속이다. 우리 정부는 8ㆍ25 합의 직후부터 지금까지 세 차례에 걸쳐 당국회담 개최를 위한 예비접촉을 갖자고 제의했지만 북측은 이렇다 할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정부는 이런 제의 사실을 지난 9월 말 언론에 알리면서도 모처럼 찾아온 남북관계 개선의 모멘텀을 이어가는 데 필요하다며 보도유예(엠바고)를 요청했었다. 남북관계의 개선과 진전을 바라는 기자들도 엠바고를 받아들이고 한 달여간 지켜왔다. 하지만 달포가 지나도록 북한이 묵묵부답인 상황이 계속되면서 엠바고의 효용성이 떨어졌고 시한도 없이 마냥 더 기다릴 수 없다는 지적에 지난 6일 엠바고 해제가 결정됐다.
늘 그래왔듯이 북한은 회담 개최 시기를 놓고 정치적 이해득실을 따지며 저울질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만남을 두고 명분이나 주도권 다툼을 할 일은 아니다. 우선 예비접촉을 갖고 당국회담의 일정과 형식, 의제 등을 정하면 될 일이다. 쇠뿔도 단김에 빼랬다고 남북 간 교류 확대 분위기가 무르익고 있는 지금이 북한이 호응할 적기다. 하루속히 당국회담을 개최해 8ㆍ25 합의이행의 '마침표'를 찍고 한층 진전된 새로운 합의로 나아가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이제 북한이 응답할 차례다. 응답하라 8ㆍ25, 응답하라 당국회담.
김동선 기자 matthew@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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