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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 자발적 사업재편에 속도…백화점→전문점·경쟁→협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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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정부 주도 성장 방정식 깨져, 글로벌 무한 경쟁 위해 체질 개선 나서

[아시아경제 명진규 기자] 지난해 성사된 삼성과 한화의 빅딜을 시작으로 SK, 롯데, 두산 등 국내 주요 기업들이 자발적 사업재편에 속도를 내고 있다.


백화점식 경영에서 전문 영역을 확보하는 방향으로, 각각의 전문 영역을 바탕으로 내수 시장서는 협력하고 글로벌 선도 업체들과 경쟁하는 방향으로 재계가 체질을 바꾸고 있다.

재계 고위 관계자는 9일 "우리나라 경제의 최대 위기였던 IMF 당시 정부 주도로 사업재편과 구조조정이 단행됐다면 최근의 움직임은 기업이 자발적으로 사업재편을 하고 덩치를 줄이고 있다는 점"이라며 "핵심 사업 영역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선택과 집중을 하고 비대해진 사업 영역을 간소화 하는 것이 현 사업재편의 핵심 방향"이라고 말했다.


올해 연말이 지나면 삼성은 전자ㆍ금융, SK는 통신ㆍ방송, 한화는 방산ㆍ화학, 롯데는 유통ㆍ화학, 두산은 중공업 등으로 사업영역이 간소화 되고 체질이 바뀔 전망이다. 작지만 단단하게 재계의 체질이 바뀌는 것은 물론 각자 전문영역을 바탕으로 재계 전체가 협력하는 신협력관계도 본격화 될 전망이다.

일제히 사업재편에 나선 재계의 3대 트렌드는 ▲자발적 사업재편 ▲백화점식 경영에서 전문점으로 ▲경쟁 보다는 협력 등으로 요약된다.


삼성을 비롯한 국내 주요 그룹사들이 자발적으로 사업재편에 나선 것은 장기 저성장 시대에 대한 고민의 해답으로 볼 수 있다.


삼성그룹 관계자는 "고도성장기에는 각 계열사가 중복 사업을 해도 모두 성장할 수 있었지만 성장이 멈추면서 중복 사업은 회사는 물론 한국 경제의 암적인 존재가 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핵심 역량 없이 전 사업 영역에 발을 걸쳐 놓기만 한 백화점식 경영으로는 글로벌 선도 업체와의 경쟁에서 도태될 수밖에 없다는 판단에 따라 사업재편에 속도를 내고 있다"고 말했다.


기업 간 경쟁의 양상도 크게 바뀌었다. 과거 내수 시장에서 우리나라 기업끼리 경쟁했던 양상에서 벗어나 내수 시장에선 서로 협력하고 글로벌 시장서는 각자의 전문 영역을 바탕으로 글로벌 선도 기업들과 경쟁하는 방향으로 선회했다.


이 같은 기업들의 자발적인 사업재편 배경에는 과거 정부 주도로 성장해온 기업들의 성공 방정식이 깨진 것도 한 몫 했다.


과거 정부에서 주도한 저탄소녹색성장 정책 당시 국내 주요 기업들은 일제히 태양광, 수처리, 에너지저장장치 등 관련 사업에 뛰어든 바 있다. 삼성을 비롯한 주요 그룹사들은 미래 성장동력으로 관련 사업들에 대대적인 투자를 했다.


하지만 셰일가스 등의 영향으로 유가가 하락하며 이들 사업들은 표류 상태다. 대부분의 기업들이 관련 사업에서 철수하거나 규모를 줄였고 일부 기업들은 당시 대규모 투자의 손실 때문에 수년째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더 이상 정부 주도의 사업에 대규모 투자를 하는 것만으로는 성장할 수 없다는 교훈을 남긴 것이다.


관련 기업의 한 고위 관계자는 "당시 그룹 차원에선 별 고민 없이 정부 정책만 믿고 사업에 대규모 투자를 한 것이 오판이었다"면서 "스스로 관련 사업에 대해 면밀히 검토하지 않았다는 반성이 현재 기업 스스로 사업재편에 나서게 된 배경 중 하나"라고 말했다.




명진규 기자 ae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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