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효진 기자] 정부가 '역사교과서 국정화 고시'를 강행하면서 빚어진 국회 난맥상에 법조계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특히 변호사 단체들의 관심이 높다. 변호사들의 권익이나 전관예우 논란을 둘러싼 각종 변호사법 개정안이 여전히 잠자고 있기 때문이다.
여야의 합의로 지금의 대치상황이 일정부분 풀리더라도 향후 의사ㆍ정치일정 등을 감안하면 법안 통과가 쉽지 않을 것으로 바라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당장 관심을 모으는 법안은 새정치민주연합 정청래 의원이 지난해 12월 대표발의한 변호사법 개정안이다.
변호사들의 변론권 보장을 위해, 지방검찰청 검사장의 변호사 징계개시 신청 범위를 '변호사가 직무와 관련해 형사사건으로 기소된 경우'로 제한하는 내용이 뼈대다. 이 개정안은 현재 법제사법위원회 법안소위에 머물러 있다.
현행 변호사법은 수사나 재판이 진행 중인 사안과 관련해 변호인이 피고인의 진술에 부당하게 영향을 미쳤다는 정황 등을 근거로 검찰이 대한변호사협회(대한변협)에 해당 변호사에 대한 징계개시 신청을 할 수 있고, 징계심의 결과에 이의가 있으면 이를 법무부에 제기할 수 있도록 정한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과 법무부는 이 문제로 법정 공방에 돌입했다.
소속 변호사들에 대한 서울중앙지검의 '징계개시 이의신청'을 법무부가 받아들여 징계심의 절차에 착수하자 민변이 이를 못하게 해달라며 지난달 27일 행정소송을 내면서다.
검찰은 민변 소속 장경욱ㆍ김인숙 변호사가 국가보안법 사건 등의 피의자에게 진술 거부 또는 혐의 부인을 요구해 변호사 품위유지 및 진실의무를 위반했다는 이유로 징계개시 신청을 했다.
민변은 소장에서 "(검찰이 법무부에 이의신청을 할 수 있는 경우는) 징계절차가 개시된 이후의 '징계결정' 혹은 '(심의를 통해) 징계를 하지 않기로 하는 결정'에 대한 규정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장ㆍ김 변호사의 경우 대한변협이 징계심의 절차에 들어가지 않고 요청을 거부했으므로 법무부에 이의신청을 하는 행위, 법무부가 이를 받아들인 행위 모두 무효라는 것이다. 이와 같은 논란의 여지를 대폭 줄일 수 있는 게 정 의원이 발의한 변호사법 개정안이다.
대한변협과 서울지방변호사회(서울변회) 등 주요 변호사단체들은 일제히 민변의 입장을 옹호하고 있다.
진술거부나 혐의부인 등을 변호사가 조언하는 걸 차단하면 변론권의 본질이 훼손된다는 이유에서다.
정의당 서기호 의원이 지난달 대표발의한 변호사법 개정안 또한 관심이다.
전관예우의 폐해 중 하나인 이른바 '전화변론'과 같이 고위 법관이나 검사 출신 변호사가 내사사건 무마 등을 조건으로 고액의 선임료를 수수하는 걸 막기 위한 개정안이다.
정당한 사유 없이 변호사선임서 등을 제출하지 않은 채 변호행위를 하면 1년 이하의 징역이나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하자는 게 핵심이다.
대법원장이나 대법관으로 일하다가 퇴직해 변호사 개업을 한 사람은 퇴직한 날로부터 5년 동안 변호사 2명 이상의 법률사무소를 개설할 수 없고 법무법인 등의 구성원이나 소속변호사가 될 수 없도록 하자는 변호사법 개정안 또한 법사위에서 잠자고 있다. 이 개정안 역시 서 의원이 지난 2월 대표발의했다.
변호사 단체들이 주목하는 것과 별개로, 이들 개정안의 국회 통과 전망은 불투명하다.
'역사교과서 국정화' 논란에 따른 국회 난맥상이 해소된다고 해도 예산정국, 내년 총선 등을 고려하면 19대 국회에서 처리되긴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얘기다.
게다가 정 의원의 개정안과 서 의원의 '퇴임 대법원장 및 대법관' 관련 개정안에 대해서는 소관 전문위원이 이미 부적격 의견의 검토보고서를 제출한 상태다.
서울변회 회장인 김한규 변호사는 "일부 개정안에 대해서는 서울변회 등이 입법청원도 했지만, 국회로 넘어간 상황에서는 목소리를 낼 여지가 크지 않다"고 말했다.
김효진 기자 hjn2529@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