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 남북 정상회담의 주역 김만복 전 원장 새누리당 입당
새누리당과 악연·야권 인사들과 회고록…"오락가락 행보"
[아시아경제 이민찬 기자] 참여정부에서 국가정보원장을 지냈으며 2007년 남북 정상회담을 성사시킨 김만복 전 원장이 지난 8월 새누리당에 입장한 것을 두고 정치권에서 논란이 일고 있다. 고향인 부산에서 총선에 출마하기 위한 포석이라는 게 중론이지만, 정치권에선 "첫 공채 출신 국정원장으로 임명해준 진보 정권에 대한 배신"이라는 지적과 "정당법상 입당은 자유"라는 의견이 분분한다.
김 전 원장은 지난 8월 거주지인 서울 광진 을 당협위원회를 통해 서면(팩스)으로 입당을 신청했다. 탈당 전력이 없으면 입당시키는 관례에 따라 입당 처리됐다. 김 전 원장은 노무현 전 대통령 당선 후 대통령직인수위원을 거쳐 국정원 공채 출신으로는 처음으로 2006년 국정원장에 임명, 2007년에는 노 전 대통령의 특사로 방북했을 정도로 핵심측근이었다.
김 전 원장은 2012년 19대 총선 때부터 고향인 부산 기장군에서 출마하기 위해 조직을 정비해 왔다. 여권 관계자는 "김 전 원장은 당시에도 새누리당 소속으로 출마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지만 잘 안 됐다"면서 "부산에서 출마해 당선되려면 여당이 유리하니 입당을 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진보 정권에서 국정원장을 지내며 한 일들은 공직자로서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김 전 원장은 과거 새누리당과 수차례 송사를 치르는 등 악연이었다. 2008년 새누리당의 전신인 한나라당은 2007년 10월 있었던 노 전 대통령의 제2차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유출 의혹과 관련해 김 전 원장을 검찰에 고발했다. 2007년 11월에도 이명박 당시 대선후보 친인척과 지인에 대한 개인 정보 조회 의혹을 제기하며 김 전 원장을 국정원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고발한 바 있다.
김 전 원장의 일관성 없는 행보에 대한 지적도 나온다. 새누리당 간판을 달고 출마를 준비하면서도 야권 인사들과 회고록을 내며 논란을 키운 게 대표적이다. 김 전 원장이 최근 펴낸 '노무현의 한반도 평화구상'이란 책은 이재정 전 통일부 장관, 백종천 전 청와대 통일외교안보정책실장 등이 함께 했다. 그는 이 책을 통해 국정원장 재직시 알게 된 민감한 사안들을 공개해 국정원으로부터 고발당하기도 했다.
새누리당이 김 전 원장의 입당을 뒤늦게 파악한 데 대한 내부 비판도 나온다. 한 당직자는 "우리가 범죄자로 규정했던 사람을 입당시킨다는 게 말이 되느냐"면서 "총선을 앞두고 이율배반적인 일을 하면 안 된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입당 시스템이 얼마나 허술한지 드러낸 사건"이라며 "선거를 앞두고 당원 확보에만 열을 올렸지, 누구인지 파악하지 못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지도부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김 전 원장의 입당 문제를 논의, 당헌·당규상으로는 입당을 막을 근거가 없다는 판단을 내렸다. 황진하 사무총장은 최고위원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과거 정부에서 국정원장이라는 핵심 직책에 있던 사람이 새누리당을 선택한 것은 그래도 새누리당이 신뢰 할 수 있는 정당이라고 판단한 것"이라며 "평당원으로 활동하는 데는 아무 문제가 없다. 새누리당으로 전향한 것으로 생각된다"고 말했다.
이민찬 기자 leem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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