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과 개인에 색채의 힘 강조한 박연선 컬러유니버설디자인협회장
색의 파장ㆍ진동수, 인체에 큰 영향
우울증 등 심리진단ㆍ치료에 활용
[아시아경제 장인서 기자] "소비자들에게 끌리는 제품이란 단지 값이 싸거나 기능이 우수한 것이 아닌 그저 느낌이 좋은 물건일 수 있습니다. 특정한 제품을 구매함으로써 자신의 감성과 개성을 표현하려는 소비자들에게 '컬러(색ㆍ色)'가 큰 영향을 끼치는 이유죠."
최근 몇 년 새 기업의 효과적인 마케팅 수단으로 부상한 '컬러 마케팅(Color Marketingㆍ색상으로 소비자의 구매 욕구를 자극하는 기법)'을 두고 박연선 한국컬러유니버설디자인협회장(65)이 한 말이다. 올해 8월 퇴임 전까지 홍익대 조형대학교수로 재직하며 색채와 관련된 다양한 연구 성과를 전파해온 그가 '21세기 기업과 개인에 있어 색을 알고 이해하는 것이 곧 힘'이라는 주장을 내놨다.
4일 박 회장은 색채의 영향력을 묻는 기자에게 "인간의 오감 중 시각이 차지하는 비율은 87%, 그중 60~70%는 색채에 대한 인지"라고 간단하게 설명했다. 사람이 태어나 주변의 환경과 소통하는 과정에서 형태보다 색을 먼저 인지하며 이때의 감각은 일생 가장 오래 기억에 남아 있다는 것이다.
박 회장은 "색은 곧 빛, 에너지인데 다양한 파장에서 나오는 에너지들이 신체에 전달된다"며 "우울증 환자들이 햇빛을 보며 회복되는 것처럼 내게 필요한 색채 조명을 이용해 인체에 유익한 경험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색의 효과는 상업적인 마케팅 수단을 넘어 최신 심리요법으로 대중에 알려진 '컬러 테라피(color therapyㆍ색채를 통한 심리의 진단ㆍ치료)' 이론의 기본 바탕이기도 하다.
그는 "개개인의 몸에 필요한 에너지와 색이 연관돼 있다"며 "한결같이 선호하는 색이 있는 것이나 보는 순간 끌리는 색이 있는 것도 다 에너지의 영향"이라며 최근 발표된 해외 연구 성과를 소개했다.
영국 의학잡지 '브리티시 메디컬 저널'에 실린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의대팀의 연구 결과로, 정신과 치료용 알약이 색채별로 다른 효능을 지니고 있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에 따르면 빨강이나 노랑 등 장파장 색채로 코팅된 알약은 흥분 효과를 나타내며 파랑이나 초록 등 단파장 색채의 알약은 진정 효과를 지닌다. 따라서 수면제나 진정제의 경우 파랑이나 초록 알약이 효과 면에서 더욱 뛰어나며 우울증 치료제는 빨간색 알약으로 제조해야 효과적이다.
박 회장은 "색이 가지고 있는 고유의 파장과 진동수에 따라 하나의 에너지 형태로 치료 효과를 나타낸다"며 "즉 색이 인체에 파도처럼 신호를 보내며 그 진동이 사람으로 하여금 흥분과 진정, 따듯함과 차가움 등의 변화를 느끼게 만든다"고 말했다.
이렇게 색이 에너지의 형태로 살아 움직이고 있기 때문에 기업이 특정 색을 이용해 자기 제품만의 이미지를 만들고 소비자들에게 감성적으로 호소하는 게 가능하다고 그는 강조했다. 또 개인이 일상에서 색을 이해하고 즐기는 방법으로 남녀노소 할 것 없이 자연과 더 친숙해질 것을 권했다.
박 회장은 "색은 인체에 꼭 필요한 빛 에너지"라며 "색 감각을 기르고 인체에 유용하게 활용하기 위해서는 자연에 나가 4계절의 색 변화를 체험하며 일광욕하듯 자주 빛을 쐬라"고 조언했다.
장인서 기자 en1302@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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