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 교과서 국정화에 반대하는 대한민국 초·중·고 퇴직교원 656명 시국선언
[아시아경제 원다라 기자] 70대 전직 교원들이 "자신들이 과거 독재정권에서 어쩔 수 없이 가르쳐야 했던 왜곡된 역사 교육을 반복해서는 안 된다"며 역사 교과서 국정화 중단 촉구에 나섰다.
역사 교과서 국정화에 반대하는 전직 초·중·고 퇴직교원들은 3일 오전 11시 서울 광화문 정부종합청사 정문 앞에서 열린 '역사 교과서 국정화 반대 퇴직 교원 시국선언 기자회견'에서 "국정교과서로 아이들과 국민들에게 친일·독재에 대한 비판적 의식을 제거하려는 박근혜 정권에 따끔한 회초리를 들고 싶은 심정"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전 상계고등학교 퇴직 교원 윤한탁(79)씨는 "박정희 정권 당시 '박근혜 영애'라고 쓰지 않고 '박근혜'라고 썼다가 학교 교지를 다 폐기 시켰던 일이 있다"면서 "그 대신 다시 만든 교지에 충성이라는 말을 몇 번이나 넣었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퇴직한 지 벌써 30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민주사회가 오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윤 씨는 이어 "교과서 국정화라는 것은 다시 그 시대로 돌아가겠다는 것"이라며 "학교 독재 유신 교육으로 돌아가려는 역사교과서 국정화를 단호하게 반대한다"고 말했다.
중화고 퇴직교원인 김귀식(76)씨는 "어렸을 때 일본 제국주의 국정교과서로 '일본이 우리의 조국'이라는 역사를 배웠고, 교사가 되어 아이들을 가르칠 때 '5.16이 구국의 결단'이라고 가르쳤다"며 "이제는 아이들에게 오답을 가르쳐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들은 "군사정권 시절, 국정교과서는 온갖 미사여구를 동원하여 진실을 은폐하고 거짓을 사실인 양 호도해 국민들의 역사관과 도덕관념에 회복하기 어려운 깊은 상처를 안겨주었다"며 "정부가 또 다시 국정교과서를 강행하는 것은 미래를 짊어질 학생들의 머리를 세뇌하겠다는 파시즘적 망상의 부활일 뿐" 이라고 비판했다.
또 "문제의 교학사 교과서 역시 많은 오류와 '친일미화 독재찬양' 등으로 '채택률 0%'의 수모를 겪었다"며 "이번에 정부가 만드는 국정교과서 역시 ‘친일미화 독재찬양’의 역사왜곡으로 나아갈 것임은 불을 보듯 뻔하다"고 지적했다.
이 자리에는 역사 교과서 국정화 반대 시국선언에 참여한 퇴직 교원 656명을 대표해 총 9명의 퇴직교원들이 참석했으며 ▲한국사 국정교과서 전환 중지 ▲국정혼란·이념갈등을 야기한 정부 사죄 ▲박근혜 대통령 퇴진 ▲황우여 교육부 총리 퇴진 등을 요구했다.
한편 교육부는 이날 오전 2015 개정 교육과정에 따른 '중·고등학교 교과용도서의 국·검·인정 구분'을 확정고시했다. 이번 고시로 중학교 '역사'와 고등학교 '한국사'의 교과서 발행체제는 검정제에서 국정제로 전환됐다. 2017년 3월부터 중·고등학생들은 한국사를 정부가 제작하는 국정교과서로 배우게 된다.
원다라 기자 supermo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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