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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 사태 100일]70년 그룹 일군 신격호, 비운의 말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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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세기 가까운 삶 신 총괄회장, '영광의 롯데'는 얼룩

[롯데 사태 100일]70년 그룹 일군 신격호, 비운의 말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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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광호 기자]#중국 당나라의 6대 황제인 당현종(唐玄宗). 그는 초기에는 정치를 잘해 개원천보시대(開元天寶時代) 수십 년의 태평천하를 구가했지만 노년에 접어들자 정치를 등한시하고 도교(道敎)에 빠져 막대한 국비를 낭비했다. 특히 중국 4대 미녀(서시, 초선, 왕소군, 양귀비) 중 한 명인 35살이나 어린 양귀비를 궁내로 끌어들인 뒤 정사를 포기하다시피 해 마침내 안록산(安祿山)의 난까지 초래했다. 피난도중 양귀비가 병사에게 살해되자 아들 숙종(肅宗)에게 양위하고 은거에 들어갔다. 비운의 말년이다.


최근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이 그렇다. 한국 현대 경제사에 있어서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이자 '산증인'이지만 말년 모습은 딱하기 그지없다.

십대의 어린 시절부터 일본을 오가며 선진문물을 접한 신 총괄회장은 '껌'으로 사업을 시작해 탄탄대로를 걷기 시작했다. 1948년 롯데를 설립했고, 1950∼1960년대에는 사업을 다방면으로 확장해 일본의 10대 재벌로 등극했다. 1965년 한일수교로 일본기업이 한국에 대한 투자가 가능해지자 1966년 롯데알미늄을 설립하며 한국에서 사업을 시작했다. 이후 식품, 유통, 건설, 호텔 등으로 사업을 빠르게 확장, 한국 재계순위 5위에 해당하는 굴지의 재벌그룹으로서 키웠다.


이처럼 신 총괄회장은 양국에서 모두 성공한 인물이다. 더욱이 평생의 숙원이었던 제2롯데월드타워 완공도 코앞으로 다가왔다. 대한민국에서 가장 높은 건축물이 될 제2롯데월드타워는 신 총괄회장에게 자신의 삶을 투영한 금자탑이나 다름없다.

하지만 남부럽지 않을 것 같은 신 총괄회장에게도 불행이 자리 잡고 있다. 자신이 낳은 두 아들인 장남 신동주 전 일본홀딩스 부회장과 차남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간의 경영권 분쟁으로 어정쩡한 강제 은퇴를 맞았기 때문이다. 신 전 부회장과 신 회장은 각자의 정당성을 주장하며 상대방을 밟고 일어서는데 집중하고 있지만 그러는 사이 신 총괄회장이 70년에 걸쳐 이뤄놓은 영광의 롯데는 얼룩지고 있다.


재계 한 관계자는 "신 총괄회장의 말년이 너무도 안타깝다"며 "사람은 누구나 물러날 때를 알아야 하는데, 신 총괄회장의 집착이 개인과 회사 모두에 치명상을 입힌 꼴이 됐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마치 집안내력이라도 되듯 신 총괄회장 형제 간 갈등이 자식들까지 이어지고 있다"며 "한 세기 가까운 삶을 살며 눈부신 성공을 이룬 신 총괄회장의 삶이 그리 행복해보이지 않는다"고 안타까워 했다.


공교롭게도 신 총괄회장은 형제사이가 좋지 않다. 어찌 보면 신 전 부회장과 신 회장 형제보다 심한 수준이다. 신 총괄회장은 5남5녀 중 장남이다. 신춘호 농심그룹 회장과 신선호 일본 산사스 사장, 신준호 푸르밀 회장, 신정희 동화면세점 사장 등이 신 총괄회장의 친동생이다.

신 총괄회장은 한국에 진출하는 과정에서 동생들을 경영에 참여시켰지만 크고 작은 마찰로 뿔뿔이 흩어졌다.


신 총괄회장은 바로 아래 동생인 고(故) 신철호 전 롯데 사장에게 한국 사업을 맡겼지만 동생의 배신으로 등을 돌렸다.


신 농심그룹 회장과도 신 총괄회장과 등을 돌렸다. 신 총괄회장의 반대를 무릅쓰고 신 농심그룹 회장이 라면 사업에 뛰어들었기 때문이다. 신 농심그룹 회장은 1965년 롯데공업을 차리며 본격적으로 사업을 시작했다. 소고기라면, 새우깡 등이 잇따라 성공하자 이 같은 행보를 지켜본 신 총괄회장은 달가워하지 않았고 신 농심그룹 회장에게 롯데 상호를 쓰지 못하게 했다.


이에 신 농심그룹 회장은 사명을 농심으로 바꾸고 롯데에서 분리해 독자 노선을 걸었다. 이 후 신 농심그룹 회장은 선친 제사에도 일절 참여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신 총괄회장과의 왕래는 없는 것으로 전해진다.


막내인 신 푸르밀 회장도 비슷한 이유로 롯데의 이름을 박탈당했다. 신 푸르밀 회장은 신 총괄회장과 등을 돌린 다른 형들을 대신해 롯데제과, 롯데칠성, 롯데물산 등을 핵심 계열사들을 거치며 한국 롯데의 실무를 총괄했다.


하지만 지난 1996년 부지소유권을 둘러싼 법정 다툼에 휩싸이면서 둘의 관계도 멀어지기 시작했다. 당시 신 총괄회장은 부동산실명제가 도입되자 신 푸르밀 회장의 명의로 돼있던 부지를 롯데 소유로 바꾸려했다. 신 푸르밀 회장이 이에 반발하면서 소유권을 주장했고, 결국 법정 소송까지 거쳐 신 총괄회장 승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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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신 푸르밀 회장은 롯데햄우유를 가지고 롯데그룹에서 분리해 롯데우유로 상호를 변경했다. 하지만 롯데그룹이 롯데 브랜드 사용 중단을 요청하면서 2009년 푸르밀로 이름을 바꿨다.


한편 신 총괄회장은 1922년 10월 울산광역시 울주군 둔기리에서 5남5녀 중 장남으로 태어났다. 1941년 일본으로 건너가기 전 당시의 조혼풍습에 따라 고 노순화 씨와 결혼했고 이듬해 딸을 낳았다. 신영자 롯데재단 이사장이다. 일본에서 사업을 시작한 후 결혼한 시게미쓰 하쓰코(重光初子) 씨와의 사이에서 신 전 부회장과 신 회장을 뒀다.




이광호 기자 kwang@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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