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빈 회장, 경영권 분쟁 속 추진력으로 현안 속속 처리
최근 삼성그룹 화학부문 인수까지 기존 역점사업 달성 의지 드러내
롯데면세점 수성 여부가 최대 관심사…정면돌파 승부수 이번에도 통할까
[아시아경제 이초희 기자]롯데 오너일가 경영권 분쟁으로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위기관리 능력이 재부각되고 있다.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SDJ코퍼레이션 회장)과 경영권을 놓고 다투고 있는 상황에서 그룹의 미래를 책임질 현안들을 속속 처리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 동안 신 회장이 가장 강조한 것은 위기 관리였다. 강한 추진력과 정면돌파로 리스크를 관리해왔다. 신 회장이 추구하던 기존 역점 사업을 계속 달성하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신 회장은 지난 달 완료키로 약속했던 순환출자고리 80%를 해소했으며 기업문화 개선을 위한 활동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경영권 분쟁 이후 사재 출연만 3번, 총 270억원에 달하는 금액을 사회공헌활동에 썼고 최근에는 삼성그룹의 화학부문 인수를 성공시키는 등 탁월한 추진력을 또 한번 발휘했다.
지난 8월17일 롯데홀딩스 주주총회 이후 원-롯데 리더로서의 자리를 공고히함과 동시에 그룹의 후계자는 자신이라는 점을 대내외에 다시 공표하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하지만 가장 발등의 불인 롯데면세점 수성을 이뤄낼 수 있을지가 초미의 관심사다.
지난 30일 롯데 기업문화개선위원회는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신동빈 회장을 비롯해 기업문화개선위원회 공동 위원장인 이인원 롯데그룹 부회장, 이경묵 서울대 교수와 내ㆍ외부위원, 실무진 등 20여 명이 모두 참석한 가운데 첫 번째 진행점검회의를 열었다.
신 회장은 그간 기업문화개선위가 롯데의 변화와 혁신을 위해 추진해온 사항들을 점검하면서 롯데의 기업문화에 대한 외부 위원들의 다양한 쓴 소리를 직접 듣고, 개선 방안 수용을 당부했다.
기업문화개선위는 지배구조개선 태스크포스 팀(TFT)에 이은 롯데의 변화를 위한 두 번째 혁신 조직이다. 신 회장이 지난 8월 대국민 약속을 통해 '롯데를 과감하게 개혁하고 바꿔나가겠다'고 한 데 따른 후속조치로 지난 9월15일 출범했다.
또 경영권 분쟁으로 시끄러운 상황 속에서 삼성그룹 화학사업을 인수하는 깜짝 빅딜도 성공했다. 롯데케미칼은 30일 이사회를 열고 삼성SDI 케미칼 사업 부문과 삼성정밀화학, 삼성BP화학을 인수하는 안건을 의결했다. 신 회장은 한국에서 첫 경영수업을 롯데케미칼에서 받았으며 1차 경영권 분쟁이 끝낸 이후 첫 공식일정도 롯데케미칼을 찾았을 정도로 남다른 애정을 갖고 있다.
10월내에 마무리짓기로 한 순환출자 고리 80% 해소 약속도 지켰다. 호텔롯데는 ▲롯데쇼핑이 보유하고 있던 롯데알미늄 주식 12.0% ▲한국후지필름이 보유하고 있던 대홍기획 주식 3.5% ▲롯데제과가 보유하고 있던 한국후지필름 주식 0.9%를 매입했다. 호텔롯데가 3개사로부터 매입하는 총 주식수는 12만7666주, 총 매입금액은 1008억이다. 이로써 전체 순환출자고리 중 지난 8월 33.7%, 이번 50.2%를 해소해 총 83.9%가 끊어져, 67개(16.1%) 순환출자고리가 남게 된다.
문제는 롯데면세점 소공점과 월드타워점 수성 여부다. 신 회장은 지난달 12일 인천 운서동 롯데면세점 통합물류센터에서 열리는 기자 간담회에 참석해 롯데면세점의 '상생 2020' 비전을 직접 선포했다. 신 회장은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면세점으로서 성장에만 집중하지 않고 사회적 책임을 다 할 것"이라면서 "오는 2020년까지 5년간 1500억원의 상생기금을 바탕으로 창조경제와 나눔문화 확산에 기여하겠다"고 말했다.
신 회장이 직접 나선 것은 그룹개혁의 핵심 중 하나인 지배구조 개선을 위해 호텔롯데 상장이 필수적인데 수익원의 80%가 면세점에서 이뤄지기 때문이다. 면세점을 지키지 못하면 호텔롯데 상장 작업에 차질이 불가피할 수도 있게 된다.
신 회장은 사수하겠다는 의지가 강했지만 신 전 부회장의 조직적인 맞공세에 반 롯데 정서도 다시 고개를 들기 시작했다. 이 과정에서 신 회장은 사회공헌 성격의 사재도 잇따라 출연했다. 청년창업지원과 청년희망펀드, 롯데문화재단 출범 등에 총 270억원의 사재를 내놨다.
신 회장의 잇단 기부는 롯데 경영권 분쟁 재발로 인한 반(反) 롯데 정서 차단과 다음달 초로 예정된 서울 시내면세점 특허 발표를 앞두고 소공점과 월드타워점 수성을 위한 복안으로 해석된다.
최근에는 우여곡절 끝에 지난 4월 재승인을 통과한 롯데홈쇼핑이 또 다시 논란에 휩싸였다. 감사원이 롯데홈쇼핑의 재승인에 문제가 있었다며 심사당국인 미래창조과학부에 처분 검토를 주문하는 감사결과가 나왔다는 얘기가 나왔기 때문이다. 또 공정거래위원회가 대형마트 3사의 불공정행위를 적발하고 곧 제재에 들어갈 예정이어서 또 다른 악재로 떠오를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감사 결과에 따라 자칫 반(反) 롯데 정서가 다시 불거질 수 있어서다.
재계 관계자는 "신동빈 회장은 정면돌파라는 승부수로 위기를 잘 넘겨왔다"라며 "문제는 그룹의 경우 한 번의 이미지가 부정적으로 각인되고 나면 이를 회복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에 향후 신 회장이 짊어져야 할 과제들이 많다"고 말했다.
이초희 기자 cho77lov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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