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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경자와 피카소의 美人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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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서양 화가들의 눈에 비친 아름다운 여인들…서울미술관 하반기 기획전

김흥수·샤갈·르누아르 작품도 선보여


천경자와 피카소의 美人 천경자, '고(孤)', 1974년, 종이에 석채, 채색, 38.5×25.3c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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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오진희 기자]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예술가들이 아름다움의 대상으로 표현해 온 '미인(美人)'. 글자 그대로 미인은 아름다움을 형상화할 뿐 아니라 그 시대를 반영하는 표상이기도 하다. 국내외 예술가들의 눈을 거쳐 창조된 다양한 '미인'을 만날 수 있는 전시회가 있다. 서울 부암동 서울미술관 하반기 기획전으로, 내년 3월 20일까지 열린다.


이번 전시에는 공교롭게도 최근 고(故) 천경자 화백의 천 화백의 여인 인물그림이 상당수 걸렸다. 천 화백의 뒤늦은 부음으로 미술계가 떠들썩한 가운데 전시회가 열려 관심이 크다. 파블로 피카소(1881~1973년)와 마르크 샤갈(1887~1985년), 피에르 오귀스트 르누아르(1841~1919년) 등 세계적인 거장의 여인들이 투영된 작품들, 국내에 유화가 도입된 이래 제작된 미인 그림들도 많이 나왔다.

천경자와 피카소의 美人 천경자, '초원Ⅱ', 105.5×130㎝, 1978년


◆'미인'으로 만나는 천경자 화백의 작품세계 = 천 화백의 그림들은 전시장 벽면 두 곳을 할애해 전시했다. '여성의 눈으로 본 미인 그림'을 테마로 한 공간의 절반을 차지했다. 지난 27일 미술관에서 작품을 감상했다. 한국 미술사에 큰 영향을 미친 여성 작가로서 고인의 명복을 비는 추모 문구와 조화(弔花)가 보였다. 천 화백은 '꽃과 여인의 화가'로 불렸다. 채색화의 대가답게 화려한 색채와 독특한 화면구성은 신비감과 이국적 감흥을 짙게 풍긴다. 그림에는 자신의 일상 체험과 내면의 갈등, 꿈과 낭만 등 개인사적인 이야기가 담겼다.


이번에 전시된 천 화백의 작품은 일곱 점이다. 서울미술관 소장품과 기관, 개인소장품이 섞여있다. 지난 2009년 서울미술관이 K옥션을 통해 12억원에 사들인 '초원Ⅱ'(1978년작)이 이곳에서 공개됐다. 이 그림에는 아프리카 초원을 거니는 코끼리와 코끼리의 등에 누워 있는 나신(裸身)의 여인이 등장한다. 원시적인 자연의 생명감과 몽환적인 느낌을 주는 배경 속에, 코끼리의 등에 엎드려 고개를 숙이고 있는 여인은 사람들의 관심과 사랑 속에서도 한없이 외롭고 고독했던 작가 자신의 자화상이다. 천 화백은 1969년 타히티를 시작으로 28년 동안 남태평양, 아프리카, 유럽 등 해외 스케치 여행을 다녔다. 여행에서 그는 큰 시각적 자극을 받았고, 낯선 문화가 주는 영감을 작품에 반영했다.


머리에 화려한 꽃 장식을 한 여인이 고독을 잊기 위해 애써 웃음 짓는 모습을 그린 '고(孤)'(1974년) 외에 '청혼'(1989년), '테레사 수녀'(1977년) 등 강렬한 색상과 함께 분출한 무덤덤함, 고독, 자유에의 갈망이 녹아 있는 그림들이 전시됐다. 또한 여성지 '주부생활' 1967년 4월호에 실린 수묵화 '여인'도 나왔다. 다른 작업들과는 달리 서정적이고 부드러운 붓 터치가 특징이다. 유임상 서울미술관 학예실장(41)은 "이번 전시는 1년 전에 계획이 다 잡혀 있었다. 대여 작품까지 결제가 마무리된 바로 그 다음날 천 화백의 부음을 접했다"며 "이 섹션에서는 여성 스스로 추구하는 미를 보여주고자 했다. 이 작품들을 통해 고인이 어떤 아름다움을 추구했는지 감상해 보기 바란다"고 했다.


천경자와 피카소의 美人 파블로 피카소, '도라 마르의 초상', 1939, gouache on paper, 43×29cm


천경자와 피카소의 美人 오귀스트 르누아르, '기대 누운 분홍색 원피스 차림의 소녀', 연도미상, oil on canvas, 33×41cm


◆피카소ㆍ샤갈ㆍ르누아르의 여인들 = 거장 3인이 그린 여인들을 건 공간도 흥미롭다. 먼저 여성편력으로 유명한 피카소가 가장 사랑했다는 다섯 번째 연인 도나마르를 그린 스케치 그림이 눈에 들어온다. 네 번째 연인과 관계가 정리되지 않은 채 도나마르를 만났던 터라, 그녀의 얼굴에서는 질투와 피로감이 묻어나는 듯하다. 피카소는 사진작가였던 도나마르와 지적인 대화를 자주 나눴다고 한다. 도나마르는 피카소의 걸작 게르니카에서도 나온다. 게르니카는 스페인 내전이 한창이던 1937년 4월 26일, 나치가 게르니카를 폭격한 사건을 고발한 그림이다. 도나마르는 이 작품에 흐느끼는 여인으로 등장하며, 작품 제작과정을 사진으로 남기기도 했다.


샤갈의 작품 '부케'(1982)도 걸려 있다. 러시아에서 태어나 프랑스로 귀화한 그가 너무나도 사랑한 부인 벨라와의 사랑을 상징하는 소재다. 고향에서는 본 적이 없었던 화려한 프랑스식 부케가 샤갈에게는 '프랑스' 그 자체였다. 그는 다양한 색채로 여러 가지 형태의 '부케'를 묘사하며 프랑스와 영원한 연인 '벨라'를 추모했다. 르누아르의 그림 '기대 누운 분홍색 원피스 차림의 소녀'(연도미상)는 풋풋한 첫사랑의 대상과도 같은 아름다운 소녀 시절의 낭만적 순간을 그려낸 수작(秀作)이다. 온화하고 부드러운 색채의 조화가 돋보이는 작품으로, 전원풍경을 배경으로 소녀를 그렸다. 르누아르는 독학으로 화가가 돼 6000점에 이르는 다작을 남긴 작가로 유명하다.


천경자와 피카소의 美人 김흥수, '미의 심판', 1982, 캔버스에 유채, 170×331cm


◆김흥수 화백의 미인도 = 이번 전시에는 주로 대작(大作)들이 출품돼 미술관 두 개 층 공간을 가득 메우고 있다. 국내 작가들이 그린 '미인'을 담은 다양한 작품들도 많다. 이 중 지난해 작고한 고(故)김흥수 화백(1919~2014년)의 초대형 작품 '미의 심판'(1982년)은 규모 뿐 아니라 내용면에서도 압도적이다. 추상적으로 분할된 색면 위에 여인의 신체를 여럿 그렸다. 순결하면서도 관능적인 느낌을 주는 여인들은 강렬한 인간의 욕망을 표현한다. 인체 옆으로는 팔레트를 연상시키는 기하학적인 패턴이 배치돼 구상과 추상이 어우러져 있다. 생전에 마초적이고 강한 스타일의 누드화를 많이 그린 김흥수 화백은 "여성을 통해 들여다본 환희와 절망이 나의 예술에 들어있는 세계"라는 말을 남겼다.




오진희 기자 valer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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