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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돈이다] 당신은 금수저인가, 흙수저인가..'지독한 수저계급 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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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피케티들의 '21세기 흙수저論'…웃프지만 공감가는 수저계급 '대물림 경제학'에 대한 요즘 세대들의 풍자

슬픈 건 내 경제적 능력이 아닌 부모님 소득을 기준으로 계급이 나뉜다는 거야.
결국 뼈빠지게 일해도 상속많이 받은 아들내미 딸내미를 못 따라간다는 거지,
'21세기 자본'을 읽어보면 알수 있어. 그 불평등을 극복하는게 얼마나 힘든건지


[나는돈이다] 당신은 금수저인가, 흙수저인가..'지독한 수저계급 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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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사는 돈을 '쩐의 전설'이라는 이름으로 의인화해서 1인칭 시점으로 작성했습니다.
  
①세뱃돈이 10만원을 넘겨본 적이 없다. ②부모님이 자식 교육에 집착이 심한 편이다. ③ 본가가 월세나 1억 이하의 전세다.


장안의 화제인 '흙수저 빙고' 문항들인데 들어는 봤어. 나에게 해당하는 문항이 많을수록 '수저계급사회'의 밑바닥에 깔려있다는 웃픈(웃기고 슬픈) 메시지를 주고 있지. 최근엔 이걸 패러디해서 쇠수저, 구리수저, 일회용수저까지 나오고 있다네. 그런데 흙수저말고 은수저, 금수저 빙고 게임도 있는거 아니? 은수저는 금수저가 되려고 어금니 꽉 깨물고 아등바등하는 계급이야. 금수저는 부모님 상속이 빵빵하고 넓은 집 몇채 갖고 있는데다 조기교육으로 외국어도 잘하는 상위계급이지.

이 빙고표가 학계에 보고된 것도 아니고 객관성을 검증받은 것은 더더욱 아니지만 우리 사회가 무엇을 기준으로 우열과 서열, 위계를 나누는지 보여서 씁쓸해. 빙고판이 바로 지금 우리 사회를 보여주는 만화경인거지.


◆'흙수저ㆍ블루칼라ㆍ미생에서 6두품까지' 계급용어 변천사


은수저란 말은 영어 숙어인 '입에 은수저 물고 태어났다ㆍbe born with a silver spoon in one's mouth'는 말에서 유래했지. 서양에선 1800년까지만 해도 은(銀) 식기류는 귀했어. 상류층 가정에 아이가 태어나면 은 수저가 선물로 들어왔는데 여기서 따온 말이야.


'수저계급론' 처럼 계급을 뜻하는 관용표현들은 참 많지. 가장 대표적인 계급제도는 인도 카스트 제도야. 브라만, 크사트리아, 바이샤, 수드라로 신분을 나누지. 이것도 관용적으로 많이 쓰기도해. "영어 사용자는 브라만이야"와 같은 대사가 소설(고종석ㆍ기자들ㆍ1993년)에 등장하기도 해.


산업화 시대엔 입는 옷 색깔에 따라 계급을 구분하는 말이 유행했지. 샐러리맨이나 일반 사무직 종사자를 화이트칼라, 청색 작업복을 입고 생산이나 작업현장에서 일하는 사람을 블루칼라라고 하잖아. 핑크 칼라, 논(Non) 칼라도 있어. 핑크칼라는 단순 기능직에서 일하는 '저임금 미숙련 여성노동자'를 뜻하지. 요즘 말로 하면 경단녀(경력단절여성)쯤 되겠네. 논 칼라는 무색칼라로 손에 기름도 안묻히고 서류에 파묻혀 살지도 않는 컴퓨터 업무 세대를 말해.


사회지도층의 '갑(甲)질 논란'이 불거질 때 갑을이란 말도 유행한 적이 있었어. 이건 '갑을병정무기경신임계'의 60갑자의 천간에서 따왔지. 원래 뜻은 주종이나 우열, 높낮이를 구분하는 개념이 아닌데도 상하관계인 '갑을관계'를 지칭하는 말로 굳어졌지. 또 웹툰 원작 드라마 '미생(未生)'이 인기를 끌면서 미생과 완생(完生)이 각각 비정규직과 정규직의 뜻으로 쓰이기도 했어.


신라시대 골품제도를 뜻하는 '성골, 진골, 6두품'이란 말도 있지. 강남 성골(부모가 양쪽 다 강남 출신인 오리지널 강남 아이), 강남 진골(부모 중에 한 쪽만 강남 출신인 반쪽 강남 아이), 강남 6두품(부모가 둘 다 강남 출신이 아닌, 즉 다른 곳에 살다가 강남으로 이사온 아이) 처럼 강남 태생인 아이를 세 부류로 나누는 거지. 아슬아슬하게 초엘리트 계급에 진입하지 못한 사람을 '진골'이라고 지칭하기도 해.


오래 전 프로레탈리아와 부르주아 정도로만 구분했던 계급이 요즘엔 더 다양해지는 거지. 그만큼 우리 사회가 발작적으로 계급을 나눠 비교하는데 익숙해진다는 증거야.


◆계급기준표에 숨겨진 정치경제학…상위 1%가 전체 소득 12.23%


중요한 건 계급을 나누는 기준이 점차 '내 임금과 내 소득'이 아니라 '부모님의 소득'을 기준으로 나뉜다는 거야. 그런 면에서 산업화 시대에 유행했던 칼라계급보다 수저계급이 더 잔인하지.


요즘 유행하는 금수저 빙고표를 보자고. ①본인 명의 1억5000만원 이상의 자가주택, ②본가 집값 20억 이상, ③대학 때 한 달 용돈 100만원 이상, ④금융에서 발생하는 이자순익이 1년에 3000만원 이상, 이런 조건들은 사실 내가 임금소득으로 벌 수 있는 게 아니라 부모님이나 조부모님을 통해 받는 거잖아. 반면 자식교육에 집착이 심하고, 음식을 남기지 말라고 잔소리하고, 취미생활도 없고, 정기검진도 받지 않는 부모님을 두면 나는 어쩔 수 없이 흙수저가 되는 거야. 결국 뼈 빠지게 일하고 저축해도 상속을 어마어마하게 받는 집 아들래미ㆍ딸래미를 따라잡는 것은 애초부터 불가능한 일이지.


그럼 왜 내 노력이 아닌 부모 재산으로 계급을 나누는 이런 이야기들이 공감을 얻는 것일까? 그건 돈이 돈을 굴려서 부자가 더 부자가 되는 불평등이 심화되고 있는데 대한 거부감 때문은 아닐까. 김낙년 동국대 경제학과 교수가 국세청 자료를 이용해서 피케티가 만든 '월드 톱 인컴 데이터베이스'에 올려둔 자료를 살펴봤어. 한국은 2012년 기준 소득 상위 10%가 전체 소득의 44.9%를 차지해. 이건 미국(소득 상위 10%가 48.16% 점유)에 육박하는 수치야. 일본(40.5%), 프랑스(32.69%)보다 훨씬 높지.1979~1995년 30%에 머무르던 상위 10%의 소득 비중은 2000년 35%를 넘었고 2006년 42%로 치솟았어.


상위 10%를 좀더 세분화해볼까. 상위 0.01%가 전체 소득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982년 0.53%에서 2012년 1.65%로 늘었어. 상위 0.05%도 같은 기간 1.20%에서 3.25%로, 상위 0.1%는 1.78%에서 4.35%로, 상위 1%는 7.27%에서 12.23%로 각각 증가했어. 한 마디로, 부의 쏠림 현상이 더욱 심화되고 있다는 거야.


◆19세기 소설처럼 극심한 불평등 사회로 회귀하나?


토마 피케티가 쓴 '21세기 자본'에서 인용한 소설들을 보자고. <고리오 영감> <이성과 감성>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등인데 여기 나오는 주인공들은 모두 '금수저'를 입에 물고 태어난 사람들과 결혼하려고 안달복달하지. 피케티는 소설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에서 스칼릿 오하라에게 구혼하는 남성들이 '타라'고 불리는 장인의 큰 농장을 탐낸다는 것과, 제인 오스틴 소설 <이성과 감성> 남자 주인공들은 일보단 유산이나 결혼으로 얻는 재산에 관심이 더 많다는 점을 꼬집지. 그러면서 우리는 그보다 더 극심한 불평등 사회로 진입하고 있다고 경고해. 소설 <고리오 영감>의 보트랭 설교가 무겁게 와닿는 것은 그 때문이지.


"변호사가 되고 싶어한다고? 자네는 매달 1000프랑씩 써가며 10년을 고생한 끝에 서재와 사무실을 얻고, 여러 모임에 바쁘게 뛰어다니고, 소송을 얻기 위해 서기에게 아부하고 법정 마루를 혀로 닦기까지 해야 할거야. 그런데 자네, 파리에서 나이 쉰살에 연 5만프랑 이상 버는 변호사 다섯명의 이름을 댈 수 있겠나?"(토마 피케티, 21세기 자본, 289페이지)


대사는 이렇게 끝이 나지만 미처 담지 못한 답은 이것이 아닐까. '그 다섯명은 금수저를 입에 물고 태어난 인물들이야. 그러니 니들이 아무리 애걸복걸해봤자 불평등을 극복할 수가 없어.'




구채은 기자 faktu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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