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류정민 기자]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부정부패를 발본색원하겠다."
지난 3월12일 이완구 당시 국무총리는 '부패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바로 다음 날 검찰은 포스코건설 압수수색을 단행했다. 총리의 단호한 결기에 검찰도 발 빠르게 대응했다.
법조계 안팎에서는 의혹의 시선이 감지됐다. "수사대상이 왜 포스코인가?"라는 물음이었다. 곧이어 '청와대 하명(下命)' 수사라는 뒷말이 흘러나왔다.
전임 정권 손보기 차원이라는 얘기다. 포스코건설이 압수수색 대상이 됐지만, 검찰의 칼끝은 결국 'MB 형님'인 이상득 전 의원을 향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검찰은 예상된 수순을 밟아 나갔다. 이상득 전 의원 측근이 수사의 초점으로 떠올랐다. 정동화 전 포스코건설 부회장, 정준양 전 포스코그룹 회장 등이 연이어 소환됐다.
검찰은 포스코 협력업체의 일감 몰아주기 의혹을 파헤쳤고 이상득 전 의원이 연루된 정황이 포착됐다. 검찰은 10월5일 이상득 전 의원을 다시 검찰 포토라인에 세웠다. 구속기소는 시간문제로 보였다. 실형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란 관측도 나왔다.
그런데 구속영장 청구가 차일피일 미뤄지며 심상찮은 조짐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그렇게 22일이 흘렀다. 10월27일 검찰이 드디어 입을 열었다. 포스코건설 압수수색을 단행한 지 228일만이다.
결론은 허무했다. 검찰은 이상득 전 의원을 불구속기소하기로 했다. 80세 고령인 데다 건강상태가 좋지 않다는 점을 고려했다는 설명이다. 검찰 포토라인에 세울 때는 건강상태를 몰랐겠는가. 결국 검찰의 설명은 궁색한 변명이라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다.
포스코 수사는 과정과 처리까지 검찰 특수수사의 오점으로 남을 전망이다. 검찰총장은 환부만 도려내는 외과수술식 수사를 강조했지만, 포스코 수사는 정반대였다.
기업의 생살, 곪은 살 가리지 않고 칼날을 마구 휘둘렀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기업을 살리는 수사를 하겠다던 약속은 어디로 갔는가.
류정민 기자 jmryu@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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