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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감현장] 역사교과서 역풍과 교육부의 '뒷북 소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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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감현장] 역사교과서 역풍과 교육부의 '뒷북 소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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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정현진 기자] "참석 안 합니다."


황우여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역사학회에 '러브콜'을 보내자 이런 대답이 돌아왔다.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문제를 놓고 역사학계의 의견을 경청하겠다며 간담회를 추진했는데 대부분의 역사학자들이 참석을 거부한 것이다. 전화를 받았던 한 역사학자는 "지금껏 학계의 의견을 깡그리 무시하더니 왜 지금 와서 간담회를 하려고 하는지 모르겠다"며 교육부의 들러리가 되고 싶지 않다고 참석 거부의 이유를 밝혔다.

황 부총리의 뒤늦은 간담회 추진은 긴급하게 역사학계에 'SOS' 신호를 보낸 것이다.


정부가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방침을 발표한 이후 역사학계와 교육계는 벌집을 쑤신 듯하다. 대학교수와 중등학교 교사들에 이어 학생들까지 국정화 반대 목소리를 내는 등 반발은 잠잠해질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이런 반발은 사실 모두가 예상했던 것이다. 학계와 교육계에서는 토론회는 물론 공식ㆍ비공식 자리를 통해 국정 교과서에 대해 지속적으로 우려를 표해왔다. 교육부도 이를 모르지 않았다.


하지만 정부는 결정적인 순간에 귀와 입을 닫았다. 국정감사장에서 황 부총리는 국정화가 필요하다고 반복적으로 '소신 발언'을 하면서도 교육부는 "결정된 바 없다"는 식으로 연막을 치기에 바빴다.


그러던 교육부는 이달 들어 국정화 방침을 확정했다고 발표했다. 역사학계는 역사 해석의 다양성이나 학생들의 창의적 학습권 등의 측면에서 하나의 국정 교과서가 가지는 폐해를 우려하며 반대 의견을 피력해왔으나 의사결정 과정에서는 철저하게 소외당한 셈이다. 정의화 국회의장마저 교과서 발행 방식을 떠나 논의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국민을 충분히 설득하지 못한 점을 지적하기도 했다.


교육당국의 국정화 밀어붙이기는 아직 끝나지 않은 모습이다. 교육부는 국정 교과서 제작 비용인 44억원을 예비비로 편성했다. 정부가 마련하려던 간담회는 '흔적'을 남기기 위한 목적이었다는 생각마저 들게 한다. 교육부의 보다 진정성 있는 '소통 의지'가 아쉽다.




정현진 기자 jhj48@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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