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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감현장]'청년펀드'라 쓰고 '정부눈치보기'라 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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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감현장]'청년펀드'라 쓰고 '정부눈치보기'라 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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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장님께서도 고민 중이신 것 같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이 갑작스레 만든 '청년희망펀드'에 재계의 기부행렬이 이어지자 30대 그룹 임원은 참여 여부를 묻는 질문에 이렇게 말했다. 다른 대기업 임원은 "삼성 현대차가 시작했으니…"라고 말끝을 흐리면서도 "삼성, 현대차 기부액이 가이드라인이 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지난달 21일 문을 연 청년희망펀드는 병상의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200억)과 삼성 사장단(50억원),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150억원)과 그룹 임원(50억원) 등이 기부하면서 약 한 달 만에 520억원의 기금이 조성됐다. 재계 서열 1, 2위 그룹에서만 450억원을 보탰다.


1호 기부자는 박 대통령이다. 지난달 21일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를 주재한 직후 일시금 2000만원과 월급의 20%(320만원)를 청년희망펀드에 제1호로 기부했다. 박 대통령은 그러면서 "각계각층의 많은 분들이 참여해주면 감사하겠다"고 말했다.

이 말이 떨어지자마자 국무총리와 장관, 공공기관장, 여당 지도부 등이 가세했고 대기업도 동참한 것이다. 황교안 국무총리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 펀드기부자들에게 일일이 전화를 걸어 감사하다는 말을 전했다고 한다. 대통령이 독려하고 총리가 감사전화를 하는 것만으로도 반(反)강제성 모금, 준조세로 비칠 수밖에 없다.


용도와 효과도 불분명하다. 정부는 펀드에 기초해 청년희망재단을 만들어 청년 구직자를 지원하고 창조경제혁신센터와 연계해 민간 일자리 창출의 창구로 활용하겠다는 계획이다. 창조경제혁신센터도 박 대통령의 머리에서 나왔지만 사실상 대기업들의 막대한 자금으로 운영되는 게 사실이다. 박 대통령의 말처럼 일자리를 하나라도 더 만드는 기업이야말로 애국기업이고 가장 좋은 일자리는 기업의 노력에서 나온다.


현실은 거꾸로 간다. 정부가 일자리 창출에 나서겠다며 기업을 비틀고 있는 형국이다. 일자리 창출은 기업 몫이다. 정부 몫은 환경조성이다. 박 대통령은 지난해 2월 부처 업무보고를 받는 자리에서 "'규제개혁이라고 쓰고, 일자리 창출이라고 읽는다' 어떻게 생각하시느냐"고 말했다. 박 대통령과 관료들이 1년8개월 전의 이 문구를 다시 떠올려보길 권한다.




이경호 산업부 차장·gungh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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