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만명 감원·자산매각 포함될듯
[아시아경제 박병희 기자] 금융시장 시세 조작과 돈세탁 등의 잇따른 구설과 실적 급감으로 최대 위기를 맞은 도이체방크가 오는 29일(현지시간) 5개년 혁신안을 공개한다.
혁신안을 통해 지난 7월 취임한 존 크라이언 도이체방크 공동 최고경영자(CEO)는 자신이 왜 구조조정 전문가(cost cutter)로 명성을 얻었는지 확인시켜줄 것이라고 파이낸셜 타임스(FT)가 2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FT는 보너스 삭감, 인력 감축, 자산 매각, 정보기술(IT) 부문 개편 등이 발표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크라이언은 세계 금융위기 직후 스위스 투자은행 UBS의 최고재무책임자(CFO)로서 과감한 구조조정을 추진해 명성을 얻었다.
혁신안 관계자들에 따르면 크라이언 CEO는 이미 직원들에게 부진한 실적에 비해 인력은 너무 많고 지급되는 보수도 과하다고 지적했다. 또 금리스왑 상품을 지나치게 많이 보유하고 있어 재무개선에 걸림돌이 되고 있으며 정보기술(IT) 인프라도 낡아 비효율적이라고 지적했다.
크라이언은 이러한 여러 문제를 자본 확충 없이 해결할 것으로 보인다. 비용 절감이 혁신안의 최우선 원칙이 될 가능성이 높은 셈이다.
도이체방크는 올해 2008년 세계 금융위기 처음으로 연간 손실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크라이언은 대다수 직원들의 보너스가 없을 것이라고 경고한 상태다. 도이체방크는 이미 올해 대규모 대손충당금을 쌓고 자산상각을 단행하면서 배당을 줄였다.
도이체방크는 2013년과 지난해에 각각 32억유로, 27억유로의 보너스를 지급했다. 지난해 보너스 지급 규모는 순이익 17억유로보다 많았다. 올해에는 최고의 성과를 낸 일부 직원들에게만 보너스가 지급될 것으로 보인다. 크라이언 자신도 올해 보너스를 받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수만명 감원 계획도 발표될 것으로 예상된다. 도이체방크의 정규직 직원은 거의 10만명에 육박한다. 크라이언은 도이체방크의 직원 숫자를 UBS나 크레디스위스 수준으로 줄일 수 있다는 입장이다. UBS와 크레디스위스의 직원 숫자는 각각 6만명, 4만7000명이다.
도이체방크는 이미 3만명의 계약직과 2만명의 백오피스 인력 중 상당수를 줄이겠다는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수작업으로 이뤄졌던 단순 업무 상당 부문을 전자화하면 다수 인력을 줄일 수 있다는 계산이다. 크라이언이 IT 부문 개편을 개혁의 핵심 목표로 보고 있는 이유 중 하나다.
대규모 금리스왑 상품도 크게 줄일 방침이다. FT는 도이체방크가 보유한 금리스왑 상품의 개념적인 가치(notional value)가 무려 50조달러에 이른다고 설명했다. 물론 금리스왑과 같은 파생상품의 경우 증거금을 통해 거래가 이뤄지기 때문에 도이체방크의 금리스왑 투자 규모가 50조달러나 되는 것은 아니다.
이같은 파생상품 거래 사업부는 한때 도이체방크의 높은 수익을 안겨줬던 핵심 사업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감독당국의 규제가 강화돼 은행들은 파생상품 거래를 위해서는 더 많은 자본을 확보해야 하는 처지다. 이에 따라 파생상품 사업부 수익성이 감소해 그 위상이 추락하고 있는 상태다.
도이체방크는 이미 올해 초 투자은행 부문 자산을 최대 1500억유로를 줄이겠다는 계획을 공개한 바 있다.
하지만 바클레이스는 지난주 도이체방크가 투자은행 부문 자산을 더 줄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바클레이스는 유럽 투자은행의 최후의 보루가 되려는 욕심 때문에 도이체방크가 경쟁 은행들만큼 자산을 줄이지 않고 있다며 도이체방크가 위험가중 자산을 750억~1000억유로 더 줄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현재 70개국에서 영업을 하고 있는 도이체방크는 다수의 자산도 처분할 것으로 예상된다.
도이체방크는 이미 독일 내 소매은행인 포스트방크 매각 계획을 발표했다. 미국 웰스 매니지먼트 사업부인 알렉스 브라운의 매각이 임박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중국 화샤은행 지분 19.99%도 정리할 것으로 예상된다.
박병희 기자 nu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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