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투자 받아 SPC 만들기로
[아시아경제 오현길 기자] 원자력발전 기자재 수출을 지원하기 위한 전문법인이 탄생한다.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최근 해외 원전시장이 다시 회복세를 보이고 있어 국내 중소 기자재 업체들은 수출법인을 통해 해외진출 기회를 확대할 수 있을 전망이다.
26일 한국수력원자력은 민간 투자를 받아 자본금 약 10억원 규모의 특수목적법인(SPC)을 설립기로 이사회에서 최근 결정했다고 밝혔다. 한수원의 계획에 따르면 한수원은 2억9000만원을 투자해 SPC의 지분 29%를 확보하고, 29개 민간기업들이 공동으로 투자목적법인을 페이퍼컴퍼니로 만들어 SPC에 7억1000만원을 투자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이 SPC는 국내 원전기자재 기업의 수출을 지원하게 된다. 해외시장 동향 파악은 물론 수출품목에 대한 공동마케팅을 지원하거나 납품계약 체결을 지원하는 등 중소 기자재 업체들이 수출단계에서 겪는 애로를 해소하는 데 집중할 예정이다,
이 외에도 품질인증이나 공급자등록, 시험인증 등 수출기반을 조성하기 위한 지원으로도 사업을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우리나라는 2009년 최초로 아랍에미리트(UAE)에 원전을 수출했다. 그러나 원전기자재 수출은 이미 1991년부터 시작해 2000년까지 1억8750만달러(약 2100억원)를 기록한 바 있다.
그럼에도 원전기자재 수출에 대한 지원은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2011년에야 한국원자력기자재진흥협회와 원전수출산업협회가 설립됐고 그나마 중소회원사 위주로 참여를 하다 보니 예산 등의 문제로 전폭적인 지원이 잘 이뤄지지 않고 있다. 단적인 예로 연간 원전기자재 수출 통계를 집계하는 기관도 없다.
산업통상자원부도 한전 전력기반조성사업센터를 통해 해마다 10억~20억원 규모로 원전기자재 종합지원 사업을 지원하고 있지만, 지난해에는 전문인력 양성에 초점을 맞추는 등 수출에 집중적으로 이뤄지지 못하기도 했다.
원전 공기업 사이에서도 역할분담으로 기자재 수출은 외면을 받고 있다. 한수원은 국내 원전 사업을 전담하고 있고 해외 원전 수출의 경우 한국전력이 도맡고 있다. 공기업이 해외 진출 시 일부 동반 진출하는 경우를 제외하고 중소 기자재 업체들은 판로확보에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
특히 원전기자재는 뛰어난 성능은 물론 부품 신뢰성과 장기간 거래관계가 담보돼야 하기 때문에 단순히 판매처를 소개받는 것으로는 한계가 있다. 이에 한수원은 SPC를 설립해 공공기관의 브랜드를 활용하면 해외 바이어를 손쉽게 확보할 수 있고 수출 벤더 등록 지원과 기술지원 등을 모두 수행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오현길 기자 ohk041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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